이은경/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살빼기 바람이 거세다. 신문 방송의 살빼기 광고에는 20∼30킬로그램을 줄였다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살 빼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실제 살빼기는 매우 어렵다. 왜 그렇게 어려울까? 설탕과 기름이 든 음식이 맛있다고 느끼고 몸 속에 많이 쌓아두도록 우리 몸이 진화했기 때문이다.

진화 이론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의 결과 오늘날과 같은 몸의 기능과 구조를 갖게 됐다고 본다. 교과서에는 원시시대에 남자들은 사냥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수집하러 다녔다고 나온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돌도끼를 들고 큰 동물을 사냥하는 남자들의 이미지는 현대인이 만들어낸 ‘강한 남성상’일 뿐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남자들도 대부분 수집하러 다녔고 따라서 음식은 대개 식물성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세고 날래다 한들 변변치 못한 도구로는 토

끼 한 마리 잡기도 어려운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러니까 원시시대에는 없을 때를 대비해서 당분과 기름을 있는 대로 먹고 몸 속에 쌓아두는 것이 절대 유리했다. 100만년 전에 도구를 쓰는 인간이 나타났고 1만년 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니까 이런 세월이 99만년이나 계속된 것이다.

그동안 인간의 몸은 조금씩 당분과 기름을 환영하는 감각체계와 이것들을 지방으로 몸 속에 쌓아두는 대사체계를 갖췄다.

이런 체계가 농사짓기 시작했다고 금방 불리해지지는 않았다. 농업사회에서도 오랫동안 먹을 것은 귀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성이 높아져 인구급증이 일어난 때가 1650년 전후다. 이때부터 보통 사람들도 일년에 몇 번은 엿을 고아먹고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약 100여년 전부터는 풍부해지기 시작했다.

이렇듯 기술 문명은 점점 더 빨리 발전하는데 인간의 몸은 그렇게 빨리 바뀔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많이 먹고 조금 움직여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니 입맛 당기는 대로 먹고 편히 살면 십중팔구 문제가 생긴다.

이제는 흡수하고 남은 양분은 그 날로 배설돼 버렸으면 싶지만 우리 몸은 아직도 옛날 방식대로 움직인다. 100만년 걸려 만들어진 몸이 350년만에 바뀌겠는가? 그 세월의 차이는 100만원과 350원의 차이만큼 엄청나다.

집에 네 살짜리 아이가 있다. 나는 아이가 소박한 입맛을 갖도록 패스트푸드, 청량음료를 멀리 하고 가능하면 과자도 피했다. 본능 못지 않게 문화와 습관도 먹는 취향에 영향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는 이제 초콜릿 맛을 안다. 아직 본능에 충실한 아이는 “무서운 달콤이 벌레가 이빨을 다 갉아먹는다”고 겁줘도 아랑곳 않고 맛있게 먹는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 아주 단것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는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도 채식 열풍이 그렇게 강한지는 모르겠다. 내 친구 한 명은 그 영향을 받아 채식주의자가 됐다. 그런데 채식만 하는데도 자꾸 살이 찐다고 푸념이다. 당연하다. 고기도 생선도 안 먹지만 그 심리적 허기를 고소한 튀김과 다른 달콤한 것들로 채우고 있으니까.

음식을 조절해서 살을 빼거나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다윈 의학은 명쾌한 답을 준다. ‘옛날 사람들처럼 움직이고 먹어라. 그게 몸이 원하는 것이다’. 아마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궁극적인 메시지도 이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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