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의 취업… 예방주사 맞자

4학년 여대생에게 남아 있는 것은 계절학기까지 들어가며 관리한 4.0의 학점과 950의 토익 점수, 여러 자격증… 그리고 우리가 전혀 바라지 않았던 미래의 모습입니다.

세상살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아서 지레 포기하는 것도, 너무 순진하게 ‘나는 잘될 거야’라며 미래를 향해 꿈의 날개를 펴는 것도 우리는 원하지 않습니다.

듣고 싶고 말하고 싶어도 함께 할 선배가 없는 현실, 우리는 함께 이야기할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취업대란 자료집 중에서)

여학생들에게 취업문제란 말 그대로 ‘대란’이다. 아무리 높은 학점과 좋은 영어점수가 있어도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만능 2순위로 밀리는 여성들의 현실. 그래도 ‘나만은 예외겠지’라는 생각으로 사회로 나갔다가 울고 돌아온 언니, 세상 살기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하루하루 생존전략을 짜며 살아가는 여자선배들의 이야기가 들려올 때 3,4학년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졸업할 때가 되면 다 여성주의자가 된다는 우스개 소리는 냉정한 현실을 대변해주는 말 같아서 그냥 웃고 넘길 수가 없다.

지난 주 연세대에선 총여학생회가 준비한 ‘여학우 취업대란-we will survive!!’ 행사가 열렸다. 이름 그대로 취업대란, 그러나 그 속에서 반드시 살아남고자 하는 여학생들이 서로 힘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 행사는 취업박람회는 아니기에 단순한 정보전달이 아니라 일하는 영역에서 ‘여성’으로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특히 9일 사회로 나간 여자선배들을 초청한 ‘여선배와의 만남-너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에선 힘겨운 현실을 바로 알고 한발 걷어차 주는 유쾌한 대처법도 들어봤다.

1∼2년 사이에 사회로 나간 ‘언니’들의 진솔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토크쇼는 대기업 사원, 벤처 창업자, 대학원생, 밴드를 하는 회사원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로 구성돼 많은 정보와 힘을 실어주었다.

좋은 스승이자 동료를 얻은 많은 학생들이 뒤풀이까지 참여해 북적거리면서도 따뜻한 모임이 됐다.

이번 행사는 ‘사회에 나가서 부딪칠 많은 문제들에 대한 예방주사가 되어 여학우들이 든든한 준비를 할 수 있는 나눔의 자리’였다. 다시 외쳐본다, we will survive!!

김이 정민·2gal@dreamwiz.com

장애여성의 취업… 악순환의 고리 끊기를

지난 4월부터 매주 수요일 한국여성장애인연합에서 주최하는 ‘제2기 여성장애인 인권아카데미’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주엔 ‘취업 속에서 여성장애인 차별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취업’은 경제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몸은 그래가지고 배워서 뭐하니?”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교육의 기회에서부터 배제된다.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에 고용시장에서 선택되지 못하며 그에 따라 경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악순환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장애여성을 무능력하고 의존적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그나마 취업을 해도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김미옥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여성장애인은 취업의 기회 자체를 잡기가 힘들 뿐 아니라 일자리를 얻은 후에도 임금이나 대우에서 차별받고 성희롱과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가사 및 자녀양육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수강생인 한 장애여성은 자신이 아는 사람의 사례를 들어주었다. 어떤 회사의 사무직으로 고용되었는데 업무처리 속도가 뒤떨어지자 생산직으로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은 차라리 생산직이 편하니 계속 일을 하시겠다고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장애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에서 주는 보조금이 아니라 당당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자리일 것이다. 그들도 이 사회에서 경제의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분적이고 순간적인 처방이 아니라 장애여성들과 비장애인들의 인식전환과 더불어 실질적인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

아카데미 첫 시간에 어떤 참자가자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 때문에 강의를 듣게 됐다”고. 장애여성은 별나라 달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 땅에서 같이 부대끼는 사람들이다. 나는 비장애 여성이라 아무래도 직접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강의를 듣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생각하는 시간들이 소중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민들을 좀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최옥란씨가 죽고 나서야 그분이 생계유지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해 알려지게 됐다. 이제 또 시간이 흐르고 있으니 그 일은 기억에서 흐려질 것이다. 부디 누군가의 죽음을 대가로 하지 않고도 장애여성들의 취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진영·kino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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