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에 대한 남성들의 피해의식

지난달부터 나에게 이상한 이메일이 도착했다.

<남성은 직장 여성은 가정! 여성은 직업을 가질 수 없다. 여성 존재이유 중에는 직업을 가질 수 없는 것, 집에서 남성을 뒷바라지(내조)를 하는 것,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 남성에게 복종하는 것 등이 있다. 남성은 남성의 역할이 있고 여성은 여성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남성(남성99%)과 여성(여성95%)은 당연히 남성은 일, 여성은 가정을 지키면서 산다. 당신과 같은 소수의 쓰레기년만 제외하고 말이다. 남성은 여성의 주인이다. 남성이 주인이고 여성은 하인이다. 그러므로 주인인 남성은 하인인 여성을 마음대로 갖고 놀고 부려먹고 처리한다. 여성은 남성의 성적노리개이자 장난감이자 부속물에 불과하다. 여성은 남성의 발끝의 떼만도 못한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남성은 남성이기 때문에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삶을 산다. 남성에게는 자신의 의지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반대로 여성에게는 자신의 의지라는 것이 없다. 여성은 남성에게 복종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길이다. 인류 존재 이유 중에서 몇 가지를 요약해서 설명을 한 것이다.(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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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사람이 누군지, 나에게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도 없었지만 황당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내용을 맞춤법도 간간이 틀려가며 이렇게 길게 썼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기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메일을 끊임없이 보내는 이 사람에게 보내지 말라고 하였더니, ‘니가 먼저 헛소리(예:여성신문)를 지껄였고 난 우연히 그것을 보게 됐다. 그래서 너라는 쓰레기년을 알게 됐고 너를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려놓기 위해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이 돌대가리년아∼!’라는 답변이 와 있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여성신문의 애독자(?)였던 것이다. 한두 번 이런 메일을 보내다가 그만둘 법도 한데 한 달이 넘도록 보내는 것 보면 ‘여성주의’가 몹시 거슬리는가보다.

이제 더 이상 ‘젊은’ 남자들은 자신의 마초성을 자신있게 ‘과시’하지만은 않는다. 지하철에서 다리 쩍 벌리고 앉아있는 아저씨들과는 자신을 구분하면서 따뜻하고 자상한 연인으로, 선배로, 동료로 자신을 위치시키며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한마디쯤 할 수 있는 것이 소위 진보적인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성들이 변했다고 말하기엔 그리고 세상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지지 않았느냐(대부분 남성들이 던지는 물음이다)고 하기엔 사이버 공간은 폭력적이기만 하다.

사이버 공간은 기존의 사회 질서와는 또 다른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들 말하

지만 사이버 공간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현실세계의 사람들인 이상 별로 다르지 않다. 더더욱 익명성이라는 것을 등에 업고 더 많은 폭력들을 저지르곤 한다.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욕설과 원색적인 비난들, 성폭력… 사이버 공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현실의 마초들이 다 이곳으로 온 게 아닐까, 혹은 남자들의 이중생활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드러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폭력적인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온갖 사이버 테러를 저지르면서 여성은 남성의 발끝의 때만도 못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는 남자가 사실 현실에서 찾아보면 지극히 평범한 이 시대의 모범남성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 분출되는 남성들의 분노(?)를 살펴보면 남성들이야말로 얼마나 많은 피해의식 속에서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여성들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여성주의자들을 ‘피해의식’에 빠져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 피해의식은 남성들이 훨씬 더 심한 것처럼 보인다. ‘여권이 신장됐다’라는 명제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은 아직 그렇게 남성에게 불리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이제까지 남성들이 누리고 있었던 이익은 그대로 지키면서도 남성에게 부과됐던 의무는 점점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모습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여과 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여성을 ‘적’으로 규정하고 어떻게든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고 억누르려고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린 ‘세상이 변하기는 뭐가 변했단 말이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김한 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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