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이론과 불평등 현실 사이

국방부의 여군학교 폐지방침에 대해 예비역 여군들이 정면으로 반대입장을 표시하고 여론 모으기 작업에 나섰다. 재향군인 여성회와 국회 안보통일포럼은 5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여군학교 존속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여성에 대해 열악한 군 환경과 여군의 보직, 진급에 대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아무 검증없이 여군학교를 폐지하고 남녀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남녀통합교육은 추세… 여군학교 폐지해야

여군측, 2%도 못 미치는 여군들 군에서 매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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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청회에는 예비역뿐 아니라 국방부와 육군 관계자들이 참석해 여군학교 폐지 찬반논란이 이어졌다. 남녀군의 평등을 위해 남녀통합교육이 필요하다는 국방부 측의 입장과 군의 소수집단인 여군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시기까지 여군학교 폐지를 유보해야 한다는 예비역 여군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됐다. 공청회 사이사이 예비역 여군들은 ‘불평등한 군의 현실’에 대해 토로하면서 국방부와 육군 측에 “평등개념은 빛 좋은 개살구”라며 감정적인 발언도 이어졌다. 논쟁의 주요 쟁점을 살펴본다.

◆ 여군을 ‘위한’ 정책결정인가

국방부는 “여군발전방안의 일환으로 여군학교를 폐지한다”며 “이미 각 사관학교가 여생도를 모집하고 있으며 남녀통합교육은 전반적인 사회적 추세”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비역 여군들은 국방부의 학교폐지 의도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청회를 주최한 국회 안보통일포럼 회장 조웅규 의원은 “국방부는 1998년 국방개혁 5개년 계획에 의해 52년 전통의 여군학교를 연간 6천9백만원을 절감한다는 목적아래 폐교하겠다고 방침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 정책관계자는 “국방부와 육군이 7천만원 돈 깎겠다고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한다고 폄하받아도 되는가”라고 항의하며 “더 이상 여군학교에서는 여군을 수용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여군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여군학교 폐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여군학교 폐지반대 추진위원회 측은 “여군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여군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오히려 여군학교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평등논리는 현실에 부합하는가

황우웅 육군본부 인사제도 관리장교는 “여군의 인사관리는 남군과 동등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여군이 보직에 제한을 받지 않고 남군과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더더욱 여군학교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화숙 예비역대령은 “31년 군복무 기간은 투쟁의 세월”이었다며 “군이 여성을 평등하게 대우한다는 것은 허위”라고 비판했다. “통합교육을 받으면 남군 동기생들이 군생활에 힘이 된다는 말은 일반인들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군인들은 거짓이란 걸 알고 있다. 그들은 경쟁상대일 뿐이다. 여군들에게 자리 안 내준다.” 김화숙 예비역대령은 “최초로 여군장군을 기껏 뽑아 놓고 국방부에 진출시키지 않고 다시 간호사관학교로 보낸 것”을 여군인사관리의 불평등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로 들었다.

현역장교 김모 대위는 “통합교육을 받은 사관학교 출신 여군들의 경우도 제도적으로 남군과 동등하게 인사관리를 한다해도 실제로 보직을 받을 때 주요 보직에 발령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위는 “여군학교에선 이렇게 여군들이 헤쳐나가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야한다는 교육을 받았다”며 군이 평등해질 때까지 여군학교가 후배들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기능을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여군은 없다, 다만 군인이 있을 뿐

박성근 육군교육사 학교교육처장은 “여군개념은 부적절”하다며 “남녀는 기본적 성차만 빼고 다른 능력은 같다. 군에는 군인만 존재한다. 별도로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공청회에 참석한 한 여군 예비역 장교는 “여군은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성도 아닌 대우를 받는다”고 항의했다. 그는 “여군은 결혼도 해선 안 된다고 했다가 또 된다고 했다가 결혼은 해도 되는데 애는 낳으면 안 된다고 했다가… 이런 게 바로 여군정책이다. 인권을 무시하는 정책이다. 우리 여군들은 그런 걸 감수하고도 버텼다. 군은 여군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여군을 바라보는 남군의 의식수준부터 선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군들은 “의무병과 지원병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정영숙 여군학교 폐지반대 추진위원회 회장은 “여군들은 직업의식을 가지고 들어오는 지원병이며 그 경쟁률이 20:1에 달한다”며 “차별화 교육이 오히려 우수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하웅 대한민국 부사관협회 사무총장은 “의무로 시작하는 군인과 직업으로 시작하는 군인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통합교육이 실시된다면 딸에게 군입대를 권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한국여군이 자생력을 갖게 되는 시기

여군학교 폐지반대 추진위원회 측은 “통합교육이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외국의 경우도 군내 여군비율이 7∼10% 이상일 때 통합교육을 실시했다”며 “현재 장교·부사관 정원대비 여군비율 1.5%에서 5% 수준이 되는 2020년까지는 여군학교 폐지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종탁 박사는 “입대 후 15∼16주의 교육을 분리시키느냐 통합시키느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며 “실무부대에 배치된 이후에 생활과 임무를 둘러싼 각종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실질적인 과제가 아니냐”고 말했다. 김종탁 박사는 “여군학교 폐지가 시기적으로 적절한가 그렇지 않은가의 논의에서 여군이 2%냐 5%냐는 별로 중요치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예비역 하영애씨(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는 “미국의 경우 여군학교를 폐지하기 2년 전부터 여군센터를 만들어 여군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게 하고 여군정책에 관련된 연구와 자료수집 과정을 거쳤다”며 “어떠한 연구와 대안도 없이 당장 10월에 여군학교를 폐지해버리는 것은 여군문화와 공동체의식에 대한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공청회를 통해 여군학교 폐지반대 추진위원회는 “여군학교 폐지문제는 여군차원이 아니라 정부의 여성권익 보호정책 차원에서 재검토돼야” 하며 “2020년까지는 폐지를 유보해야 한다”는 의사를 뚜렷이 밝히고 사회적인 이슈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같은 날 국방부에서는 여군학교를 10월말에 해체하고 여군장교와 부사관 양성과정을 각각 제3사관학교와 육군 부사관학교에 편입시킨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혀 여군학교 존폐논란은 조만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국방부는 여군학교를 폐지하는 대신 여군관련 정책연구와 고충처리, 교육 등을 담당할 여군발전센터(가칭) 설치를 검토 중이다.

이연숙 의원(국회 국방위)은 “여군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니까 국방부가 여군발전센터를 두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급작스러운 정책이 과연 효율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며 “국방부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여군들이 참여해야 하며 여군학교 폐지방침도 여군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보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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