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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3십3만8천3백98명으로 총인구수의 50%를 막 넘어서는 송파

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70%를 넘어서고, 아파트 단지들이 오

래전에 조성돼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궤도에 들어선 세대가 많은 편

이다. 주민들 스스로도 중산층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령별 분포로는 40세 여성이 8천여명에 가까워 가장 많다. 따라서

이들은 교육과 자원봉사를 통한 자아실현과 사회참여에 관심이 많

다.

송파구를 이끄는 김성순 구청장(58)은 이런 여성들의 특성을 충분

히 이해 배려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음악활동을

하길 원하는 주부들을 독려해 어머니 교향악단(64명)을 조직, 성황리

에 연주회를 개최했으며 실버악단(13명)·실버합창단(60명)을 창단

해 해외공연까지 주선함으로써 할머니들에게 젊은이 못지않은 예술

의욕을 분출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센터를 건립해 여성들

의 자원봉사를 한층 활성화시켰다.

김 구청장은 87년 초대 송파구청장을 역임한 후 93년 제4대 송파구

청장, 이어서 95년 민선 초대 송파구청장으로 선출돼 현재에 이르기

까지 송파구청장을 3번 연임한 철저한 ‘송파인’이다. 김 구청장은

육사 중퇴후 행시에 도전, 서울시 사무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딛은

후 단국대 정외과와 중앙대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양

대 대학원에서 복지행정으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85년 서

울시 올림픽기획관, 89년 서울시 보건사회국장, 91년 서울시 중구청

장, 92년 서울시 문화관광국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새정치국민회의

송파을지구당 위원장,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의장, 한

국노인문제연구소 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김성순 구청장은 94년 월간 '예술세계'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정식 등단한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의 '코뿔소의 눈물'등

2권의 시집과 수필집 '살림 잘하는 남자'를 펴낸 바 있다. 그래서

그의 구정스타일엔 ‘문화적 감수성’이 다분하다.

김성순 송파구청장을 만나 주로 여성문제와 관련된 행정관을 들어봤

다.

-구청장님은 시인으로도 활동하신 경력때문인지 구정에서 문화관련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도자는 문학 미술에 정통해야 한다고

요. 그렇지 않으면 기계적인 행정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저희 구의 경우 ‘생활속에서 참여하는’ 문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어머니 교향악단, 민속예술단등 동일취미의 자원봉

사자로 결성된 6개단체 2백90여명의 문화예술단체를 중점 육성해 정

기공연 및 해외공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모짜르트트리오 연주회와 볼쇼이발레단 솔리스트 초청음악회등 송파

예술극장에서만 문화공연을 20여회 넘게 펼쳐왔습니다.

한편으론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아시아공원은 문화예술공원으로,

오금공원은 체육공원으로, 장지공원은 교육학습공원 등으로 테마화

시켜 차별화된 ‘작은 문화공간’ 조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또 지

난 봄에는 18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공동주택문화예술축제’를

개최해 새로운 아파트 주거문화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민들의 참여율은 어떤지요?

“아주 대단합니다. 저희 구가 서울시 전체에서 자립도 5위여서인지

몰라도 문화정책을 펴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96년엔 문

체부 선정 ‘올해의 문화자치단체’로 뽑히기도 했고요.”

-송파구의 문화행정은 여성인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

로 아는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문화 창달의 핵은 바로 여성들이라

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경제한파 속에서 문화가 가지는

잠재적 위력은 대단해 삶의 태도를 변화시킬 것이고 이는 여성들이

주도할 것입니다.

이젠 매스컴 덕분에 전문가가 따로 없는 시대가 됐어요. 곧 주부극

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 지역 예술인에게 지도협조를 요청

해놓고 있습니다. 창단되기만 하면 훌륭한 연극배우가 상당히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치단체는 공간과 적절한 훈련 기회만 제공해주면 됩니다.

공연중인 여성들의 상기된 얼굴이 기쁨에 빛나는 것을 보면서 삶을

품위있게 또 가치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문화구나 하고 실감하곤 해

요.”

-여성복지정책에 있어 문화 외에 중요시 하는 기준이 있으신지요?

“저는 무엇보다도 자원봉사를 중요시 합니다. 자원봉사는 주는 것

이 아니라 봉사를 하면서 참 보람을 느낌으로써 결국 자신이 그 보

답을 꼭 받게 됩니다. 결국 선과 자아와 관련된 스스로의 문제입니

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자원봉사는 ‘팔 걷어부치고’ 하기 보다는

우두머리만 있는 느낌입니다. 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외국의

자원봉사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들어보면 아주 구체적이고 세세한

데, 우리나라에선 너무 추상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96년 7월 자원

봉사센터를 개원해 자원봉사 인력의 전문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는 저희 구청과 별개로 운영돼 제가 명목상의 명예회장이고

성공회대 이재정 총장이 회장을 맡고 교수나 지역사회 복지관 관장

등 12인의 전문인력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부,

일반인, 대학생등 1천2백여명, 동호회 7백명, 기업체 직원 2천명, 초

중고생등 총1만2천여명이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 주요 여성관련 시책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여성이 주체로 나서서 자아실현을 하며 삶의 보람을 실감하게 하

기 위한 여성관련 기관시설 건립과 프로그램 개발은 바로 자치단체

의 몫입니다. 그중 송파여성플라자 건립이야말로 여성이 지역공동체

일원으로 사회참여토록 하는 상징적 시설입니다. 99년까지 3년 기간

을 거쳐 1백83억6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완성될 계획인데, 연면적 1

만3천8백 평방미터에 지하2층 지상6층의 건물이 설 겁니다. 이는 여

성도서관, 여성전용 헬스클럽, 우체국, 은행, 소극장등을 두루 갖춘

복합문화공간이 될 것입니다.

또 여봉?여가선용과 자기발전, 그리고 취업을 위해 주로 운영되

는 여성교실도 지속적으로 단계를 높여가며 최대한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가령, 제빵교실에선 빵 만드는 기술뿐만 아니라 제과점 경

영까지, 수필반에선 동시에 30명이 등단 가능하도록 교육시킨다는

겁니다.

한가지 중요한 점은 이런 프로그램들이 30, 40대 여성 중심이 아닌

70넘은 여성에 이르기까지 전 여성연령층을 고루 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송파구청에선 안내데스크등에 민간여성을 쓰고 있다는 말을 들었

는데요?

“저희 직원의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엔 최대한 여성인력을

적극수용할 계획입니다. 직장탁아소가 증축되면 민간 여성인력 활용

이 더 활발해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21세기를 대비한 송파구의 비전을 말씀해주시죠?

“우리 구는 수도권의 동남부에 위치하기에 성남, 분당, 용인등 근방

1시간 내 거리에 거주하는 3억5천만명의 생활욕구를 커버하는 기능

을 갖출려고 합니다. 가령, 용인거주 여성이 혼수감을 사려고 명동

롯데백화점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 현재의 가락동 농수

산물시장을 좀 더 부지를 확보해 이전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시장으

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원론적으로는 ‘아이 키우기에 가장 좋은 구’로 입지를 굳혀 10년

후 “송파구에서 자란 아이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론 현재 구의원 45명의 30%인 15명

은 여성이 되는 것이 바로 구정이 발전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

다봅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성인재만 있다면 제 선거

준비 덮어두고 적극적으로 뛰어줄 작정입니다.”

'박이 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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