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길, 국도 1호선 목포에서 판문점까지 - 그룹 <새벽>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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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옥의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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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을 전시하다. 고근호 외 7명의 설치작품.

한반도의 남단인 목포에서 신의주에 이르는 국도 1호선은 한반도를 관통하는 대동맥이다. 이 대동맥을 따라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흔적들을 더듬어온 황순칠, 유상국, 문인상, 박광구씨 등 광주·전남 출신 작가들의 기획전이 인사동 공평아트센터에서 14일 시작돼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이들은 올해로 창립 11주년을 맞는 미술가들의 모임 ‘새벽’(회장 황순칠)에 소속된 작가군.

개항 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닦인 도로를 따라 근현대사의 현장을 스케치하자는 생각은 지난 해 남북통일을 주제로 공동작업을 펼치자고 회원들이 제의한 데서 비롯됐다. 현장답사의 시발점은 목포. 국도 1호선의 시발점인 목포의 도로 원표를 석고로 뜨면서 작업이 시작됐다. 이어 1920년대에 세워진 목포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건물을 스케치했다. 조선식민정책의 선봉기관인 이 건물은 1989년까지 목포지역 헌병대 본부로 사용됐다. 거슬러 올라간 광주에선 망월동 국립묘지와 도청앞 거리를 통해 5·18 민주화 운동을 되새겼다. 정읍에선 동학농민운동을 기렸고 오산에선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을 확인했다. 답사의 하이라이트는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마주선 기착지 판문점이었다.

그룹 <새벽> 회장 황순칠씨는 “더 이상 올라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 판문점에서 한반도의 현실을 형상화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임진각 자유의다리는 휴전협정이 조인된 후 포로 교환이 이루어졌던 곳. 고근호, 김기범, 김성식 씨 등 작가 7명은 이 곳에서 다리 상판, 교각들을 석고로 떠 설치작품을 만들어냈다. 자유의 다리 위에 설치된 철조망도 그대로 본떴다. 임진각 답사 때 어린아이부터 노인,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관광객들의 염원을 적은 색동천들도 철조망에 달렸다. 황씨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물론 독일어, 아랍어로 적은 염원들도 있다. 실향민들이 <세계평화 남북통일> 글귀를 쓰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져 오는 것을 느꼈다”고 작품 제작과정을 소개했다.

철조망 앞뒤로는 30여 미터에 걸쳐 흰 광목천이 드리워져 있다. 자유의 다리 위에 깔아놓고 관광객들이 직접 먹물로 발자국을 찍으며 지나갔던 흔적들이다. 주인없는 발자국들을 통해 끊어진 국도를 잇고 싶어하는 수없이 많은 열망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답사과정을 담은 VTR자료를 현장 전시해 현장의 느낌을 관객과 공유하려 애쓴 흔적도 역력했다.

이 밖에 북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자유로의 여명을 담은 스케치에서 북으로 거침없이 올라

가고 싶은 마음을 표출한 서병옥씨의 <여명>은 솔직하다. 정철홍씨의 <無로부터>는 잘린 한반도 허리를 상징하듯 두 개의 패널로 작품을 나누고 가운데 설치한 붉은 공으로 응축된 한을 표현했다.

<동경 126도 22분 52초 북위 34도 47분 01초 지점입니다> 로 상징되는 임진각 원표가 남과 북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잘린 길을 만든 지 50여년 세월이 흘렀다. 8·15 민족통일대회를 위해 남과 북이 다시금 오가는 시점에서 소통과 확산을 의미하는 <남북의 길>전은 그만큼 각별했다. 도라산역까지 진출한 경의선처럼 국도1호선이 종착지 신의주에 이르는 날, <새벽> 회원들의 미뤄둔 답사가 완성될 날을 그려본다.

이박재연 기자 reviv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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