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19일 경제특별구역에 입주한 외국인투자 기업에 대해 유급월차·생리휴가와 파견 기간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입법예고하자 노동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법률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제8조에서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월차유급휴가 및 생리휴가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파견기간을 최장 2년으로 제한하고 파견 업종도 26개로 정해놓은 조항도 적용 제외시켰다. 경제특구는 재경부가 7월말 발표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에 따라 지정되는 것으로 영종, 송도 신도시, 김포매립지, 고양, 부산항·광양항 인근 등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있다.

이에 대해 ‘비정규노동자 기본권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는 “경제특구를 노동자들의 권리와 인권이 완전히 말살된 무법천지로 만들려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공대위는 “현재의 근로조건에서 월차·생리휴가는 매우 절실한데 이를 없애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무제한의 착취를 허용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파견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외자유치를 위해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파견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공대위는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이 파견근로자를 우선 사용하려 하고 국내 기업들이 이를 빌미로 전국에 파견 근로를 허용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여성노동자의 73.3%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경제특구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물론이고 전체 비정규직 여성들의 노동권은 더욱 심각하게 위협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26일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21일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입법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입법안을 철회시키기 위해 공대위 조진원 사무처장은 “9월 7일까지 비정규 공대위 소속 단체들이 반대의견을 정부에 제출하고 9일에는 ‘비정규직 차별철폐 100만인 서명운동본부’를 발족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5일 환경단체, 전국교직원노조, 양대노총 등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경제특구 문제에 대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제안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재경부 장관 면담, 항의 시위 등을 벌일 방침이다.

한편 재경부는 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9월초에 공청회를 열고 이 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송안 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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