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H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다시금 학교 성폭력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경기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신연숙)에서는 지난 9월 19일 경기도내 학교 성폭력에 대한 긴급공청회 ‘학내 성폭력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인가?’를 개최했다. 공청회에는 수원여성의 전화, 김포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전교조 경기지회 여성위원회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 등이 참여해 학교 성폭력의 실태와 문제점, 해결방안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H고 사건의 경우 피해학생이 무고죄로 기소돼 역고소 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이 사건을 지원하고 있는 각 여성단체의 건의와 항의로 검찰의 전면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는 군포지역의 모 고등학교로 발령이 났고 피해학생은 현재 수업과 운동(펜싱)을 중단한 상태다. 한편 김포지역에서는 교장이 여교사를 성희롱 및 강제추행한 사건이 발생해서 지역 여성단체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대응 중이나 피해교사와 교장이 모두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 상황이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각각 교사와 학부모 입장에서 겪었던 학내 성폭력 사례를 폭로했다. 공통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학교 성폭력에 대한 각 교육청의 안일한 자세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선 지난 6월 각 교육청에 ‘성희롱 사건 전담반’을 설치하도록 지시했지만 이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가 성폭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처리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건 해결의지 또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공청회에 경기도 교육청 담당 장학사를 토론자로 섭외했으나 갖은 핑계를 대며 결국 나오지 않는 무책임함을 보여 지탄을 받기도 했다.

또한 각 학교장들의 ‘명예퇴직’ 의지가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막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내 성폭력 사건은 학교의 최고결정권자인 교장에게 보고되고 있지만 재직기간 중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에 대해 민감한 대부분의 교장들은 사건을 무마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내 성폭력 사례 처리과정에서 문제가 된 교사와 학생을 전근·전학시키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은 사실이 발견되고 있다.

한편 학부모들의 군중심리도 학교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해교사들이 피해학생이나 피해교사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학부모들에게 흘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매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학교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공유하고 해결과정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학교성폭력 추방을 위해 힘찬 운동을 전개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9월 27일과 10월 2일 경기도 교육감과의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교 성폭력사건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한황 주연 통신원ihup_han@hanmail.n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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