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기술에 여성계 입 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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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의 핵을 이식한 들소 배아. <사진·ACT(Advanced Cell Technology)>

“지금은 아니지만 전에는 인간 복제가 된다면 결혼을 하지 않고 아메바처럼 내 클론(복제인간)을 만들고 싶었다. 또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불임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겼고 그래서 체세포 복제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27 여, ㄷ대 대학원생)

“아무래도 여자니까 막연하지만 관련이 있지 않을까. 만약 임신을 못하게 돼서 지금 있는 불임시술을 모두 시도해도 안되면 체세포 복제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26 여, 회사원)

20대 여성들에게 무작위로 인간 배아 복제에 대한 견해를 물었을 때 나온 대답이다. 이들은 대부분 체세포 복제의 구체적인 과정까지는 모른 채 두리뭉실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에 대해 ‘윤리적인 문제는 크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특이할 만한 부분은 모두 ‘특별히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임신을 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배아복제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배아복제 연구 등의 생명공학은 임신·출산 과정에 과학기술이 깊이 개입한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여성계에서는 이를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여성계에서 생명공학기술과 관련해 유일하게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곳은 올해 공식출범한 ‘생명공학 감시를 위한 여성·환경연대’. 이들은 지난해부터 생명윤리법 제정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생명공학 연구에 여성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이 과정에서 2000년 구성됐던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 여성계의 의견을 대변할 인사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이들은 불임 시술 문제를 알리며 난자 매매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 명진숙 사무국장은 그간 활동의 성과에 대해 “처음에는 생명공학계와 배아복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양쪽에서 모두 ‘왜 생명공학을 특정 성의 입장에서 얘기하느냐’며 논란이 많았지만 이제는 이것이 여성의 문제라고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여성계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찬반 논의가 일거나 여론을 모으는 과정이 나타나지 않았다.

명진숙 사무국장은 “생명공학 기술에 대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며 “여성계에서 과학기술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운동과제로 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외국에서 80년대 초부터 여성운동계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이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올 6월 미국에서는 ‘연구 및 치료를 위한 배아복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둘러싸고 ‘여성이 고통을 겪는 불치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와 ‘난자 불법 매매 시장을 형성시킨다’는 의견 사이에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명진숙 사무국장은 앞으로 “생명공학 기술이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생명공학과 여성, 과학기술과 여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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