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어느 날 오후, 30대 젊은 부부가 상담실에 들어섰다. 무슨 일로 오셨느냐는 상담자의 질문에 아내가 말문을 열었다.

“전남편과 서로 맞지 않아 이혼하기로 하고 딸아이는 제가 맡기로 합의했습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다가 현재의 남편을 만났고…. 아이의 성 문제가 저희 집안의 문제입니다. 다른 문제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매스컴으로 듣기에는 저희와 같은 재혼가정에서 아이의 성을 새아버지의 성으로 변경하도록 하는 법이 국회에 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요.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요”하며 오랜 기다림을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내담자의 말대로 1998년 입법예고된 이후 곧 통과되리라고 믿었던 친양자제도의 도입은 국회에서 표류중이고 수많은 입양가정과 재혼가정들은 실망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는 올해 1월에 친양자제도를 중심으로 한 민법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고 이에 참석했던 3당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재혼가정의 당사자들에게서 현실적으로 빚어지는 피해사례를 듣고 민법개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다짐한 바 있다. 그런데 왜 여전히 법안은 표류하고 있는지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는 10월 10일 독일의 저명한 가족법학자인 라이너 프랑크 교수를 초청해 입양가정과 자녀복리, 특히 독일의 경험에 비춰 본 친양자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강연회를 가진 바 있다.

입양제도의 국제적인 발전추세는 분명히 친양자제도를 향해서 가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이미 1976년에 친양자(완전양자)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독일에서는 현행 우리 제도와 같은 일반양자의 문제점이 널리 인식됐기 때문에 친양자제도 도입에 반대는 없었다고 하는데 우리의 경우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친양자제도가 도입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라이너 프랑크 교수는 “양자와 친자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받는 사회가 된다면 친양자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런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은 사회라면 법과 제도를 먼저 도입함으로써 그런 사회분위기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성과 본에 관해 부계혈통만을 인정함으로써 아버지와 성이 다른 자녀, 성이 다른 형제 자매들로 구성된 가정들은 크나큰 괴로움을 겪고 나아가 본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사회로서는 반추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9월 2일부터 12월 10일까지 제234회 국회(정기)가 개원중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입법부의 소명을 절감한 의원들의 자각에 의해 친양자제도를 도입하는 민법중개정법률안이 반드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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