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배려없는 노인정책에 기인

‘여성노인의 문제는 여성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성노인에 대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의 경제적 활동이 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도 노인부양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며 여성노인들은 일하고 싶은 욕구는 높으나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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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노인복지센터. 노인정책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붙인다해서 여성노인정책이 수립되는 것은 아니다. 역시 관건은 예산배정이요, 얼마든 일할 수 있는 터전을 열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사진·민원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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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노인복지관에서 새 삶을 열어가는 여성노인들.

최근 이와 관련, 여성이 전통적인 부양자로서의 역할을 해 온 기존의 노인정책에서 탈피,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을 지원할 수 있는 국가 가족부양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여성개발원(원장 장하진)은 지난 15일 ‘고령사회 대비 여성노인 정책 수립방안’ 토론회에서 “최근 국가정책 차원에서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노인들을 고려한 정책은 제한적”이라며 “노인을 위한 실버산업을 활성화하고 관련직종에 노인인력을 배치하는 등 실질적인 노인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노인부양 여성 85%…5명중 1명 나홀로 노년

이날 토론회에서 장혜경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국가정책에 걸친 성 인지적 관점의 통합과 생애주기에 걸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어떠한 방식으로 여성노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장 박사는 ‘고령사회 대비 여성노인정책 수립배경’ 발제문에서 “2002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약 377만명으로 전체인구의 7.9%이며 오는 2019년에는 14.4%에 달해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여성의 평균수명 연장은 고령여성노인의 증가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노인을 돌보는 여성’의 비율도 증가시켜 노인문제는 곧 여성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2001년 여성통계년보에 따르면 고령일수록 여성노인은 배우자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독거노인의 84.6%는 여성노인”이라며 “여성노인의 경우 5명중 1명은 혼자 노후생활을 하고 있으며 농촌지역에서는 4명 중 1명이 노년을 혼자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장 박사는 “여성노인들의 소득보장과 부양부담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노인들은 아들에 대한 부양기대가 높지만 실제 수발자는 여성이 82.4%, 남자가 25.7%로 대부분의 수발자가 여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한 “수발을 하고 있는 여성 중 8.2%가 수발을 하기 위해 취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었으며 4.0%는 근로시간을 단축한 경험이 있다”며 “이는 일할 수 있는 여성이 수발에 묶여 경제력을 상실하면서 노후대책이 없는 여성노인이 되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1998년 현재 우리나라 노인 1인당 월평균 수입액은 10만원 미만이 23%이고 100만원 이상은 6.4%에 불과하다.

남자의 58%정도가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반면 여자는 33.7%만이 노후를 준비하고 있어 여성노인은 노후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현실적인 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남성중심 사회보장제 탈피해야

한국여성개발원 박영란 연구위원은 ‘성주류화 관점에서 본 노인보건복지정책’ 발제에서 “여성노인 정책을 연구하면서 앞으로 20년을 내다보는 청사진을 그려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2019년이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는 현실에 비춰볼 때 노인정책은 당장 시작해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보건복지종합대책은 ▲국민연금제도 확충 등 소득보장 및 고용촉진 ▲장기요양 시설보호 서비스 확대 등 건강보장 ▲노후준비와 노년기 생활에 관한 정보확산 등 교육 및 문화여가 기회확대 ▲실버산업육성 대책강화 등 실버산업 활성화 및 정책추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인 고용확대를 위해 현재 전 업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고령자 기준 고용률(3%)에 대해 고용실태를 감안, 업종별로 차등화하고 상향조정해야 한다”며 “2000년 현재 노인취업센터 70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를 이용하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미흡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노인의 평생교육은 현대사회에서 수동적, 소극적, 비활동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과 역할상실로 인한 문제를 탈피해야 한다”며 “특히 여성노인들은 사회적 참여 욕구가 높지만 사회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박 박사는 “여성노인에 대한 가부장적 인식을 개선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여성노인에 대한 폭력 실태를 파악, 폭력피해자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며 “여성노인들은 특히 정보력이 약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제도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수혜자가 아닌 ‘노·노 보호’등 공급자 역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정책과 정영훈 사무관은 “노인정책에 여성노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며 “특히 장애노인, 농어촌 노인에 대한 정책이 시급하지만 예산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은 정책에 여성노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여성노인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며 연금 수급제도 등이 실현가능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없었다는 것에 공감했다.

강남여성인력개발센터 여운연 관장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회변화에 장기요양 등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보험, 수발보험을 구별하고 ‘실버시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일하고 싶어하는 노인들이 대가를 받으며 다른 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두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 관장은 현재 재가보호 대상노인이 70만명이고 중증질환자가 20만명인 가운데 10만정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실버시터를 도입하면 사회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노인에 대해 도움을 주는 존재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닌 서로 도움을 주는 존재로 생각하는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대학교 간호대학 송미숙 교수는 “수원에 있는 노인정과 어린이집을 자매결연을 맺어 어린이들에게 예절 교육과 전통놀이 등을 가르치는 시간을 마련했는데 바로 집 앞에 어린이집이 있어도 노인들은 넥타이를 차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았다”며 “노인들을 사회로 끌어내고 건강문제에 있어서는 사후처리가 아닌 예방중심의 건강정책을 통해 자신감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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