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고용안정·공보육 강화 핵심

국회 30% 여성 할당, 장애인·농민 지원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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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실천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내는 여성계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공약을 지키라는 것이다. 노 당선자가 호주제 폐지, 여성 고용안정·창출 등 주요 여성계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지만, 정작 중요한 건 어떻게 실천하느냐인 탓이다.

여성들은 곧 꾸려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여성계 현안을 제대로 보고 여성정책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수위에 여성을 대거 참여시킬 것을 포함해서다. 이에 본지는 여성계가 그동안 제시한 해묵은 과제와 현안을 간추린다. 대통령 당선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다.

3대 핵심과제

▲호주제 폐지=“이혼한 뒤 친권과 양육권을 가졌는데도 아이들을 내 호적에 넣을 수 없다. 나와 아이들은 주민등록상 동거인으로 돼있다. 아이가 있는 남자와 3년 사귀었지만 호적문제 때문에 결혼은 생각도 못한다. 이혼하고 재혼하면 행복할 권리도 없나?”(김아무개씨, 36세, 결혼 4년에 이혼)

일제 잔재인 호적제의 폐해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절규다. 노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여성들을 만나서 이런 얘기를 숱하게 들었을 터. 노 당선자가 “호주제를 1년 안에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폐지 뒤의 일도 생각해야 할 때다.

호주승계제, 부가입적제, 부성강제조항 등 호주제를 전면 폐지하자는 여성계의 요구다. 대신 1인1적제 같은 양성평등한 신분등록제도를 마련하자는 목소리다. 인수위가 반드시 대안을 마련해야 할 문제.

▲비정규직 고용안정=“한 대학에서 6년째 청소를 하고 있는데, 해마다 용역회사가 바뀌고 계약을 11개월 단위로 하기 때문에 퇴직금은 꿈도 못 꾼다.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근로시간이 7시간30분으로 줄어 사실상 최저임금 이하다. 너무 억울하다.”(이아무개씨, 47세, 용역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 10명 가운데 7명이 이씨처럼 비정규직이다.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려고‘값싼’ 여성노동자를 임시직·파견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탓이다. 이들은 정규직 남성노동자 임금의 42%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다.

문제는 법이다. 임시적·간헐적 업무에만 임시직을 허용하고, 파트타이머도 평등하게 대우하도록 관련법을 뜯어 고치란 얘기다. 단시간·특수고용·파견 노동자에게도 4대 보험과 노동법을 적용하자는 지적이다.

▲공보육 강화=“첫 아이가 돌을 지났을 때 맡길 곳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아이는 삼촌과 언니네 집을 돌아가며 자랐다. 곧 둘째가 태어나는데 같은 일을 또 겪어야 하나. 언니도 무척 힘들어 한다. 학교 강의는 한 번 쉬면 다시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만 둘 수도 없다. 정말 걱정이다.”(김아무개씨, 31세, 대학강사)

육아는 기쁨이자 고통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보육의 고통을 전혀 모른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돈이 들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면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 골목마다 있는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은 비싸고 성에 안찬다. 사회적 재생산을 위해 국가가 당연히 맡아야 할 일이다.

가구소득에 따른 차등보육료제 도입, 국공립·정부지원 보육시설 50% 확충, 민간보육시설 정부 관리 강화,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이 급한 숙제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여성정책 3대 핵심과제

호주제 폐지

비정규직 고용안정

공보육 강화

주요현안

성매매·가정폭력 근절

정관계 30%여성 할당

한부모가족 지원

산후조리비용 국가 분담

여성장애인 지원

여성농민 지원

양성평등 교육 강화

여성노인 복지증진

양성평등적 예산 배정

군축·평화교육

주요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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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가정폭력 근절

성매매 당하는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되 알선업자는 수익을 몰수하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성매매방지법을 만들면 가능한 일이다. 피해여성은 전문상담기관이 치료·지원하고, 성폭력 관련 친고죄를 없애야 한다. 가정폭력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격리명령을 보호처분과 함께 내리고 공무원과 국민 대상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30%여성 할당

스웨덴 46명, 덴마크 37명, 캐나다 23명, 우리나라 5명. 국회의원 100명당 여성의원 비율이다. 여성들은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지역구 30%이상, 비례대표 50%이상 할당을 요구하고 있다. 장·차관 30%, 5급 이상 공무원 20%(승진목표제), 정부와 지자체 위원회 구성원의 50%를 여성으로 하자는 주장이다.

한부모가족 지원

이혼과 사별로 혼자가 된 가정이 많다. 이들에겐 상담과 보육·교육 서비스가 절실하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직업훈련도 다양화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한부모 가정을 일정 기간 지원한다. 합의이혼 때 자녀 부양의무를 명시하되 지키지 않는 이에겐 국가가 부양비용을 일단 준 뒤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산후조리비용 국가 분담

분만수당을 만들어 출산 여성이 산후조리에 쓰는 돈을 국가가 주자는 요구다. 기초출산제도도 도입, 여성 노동자·농어민·빈민의 산전후 휴가(90일) 동안 소득을 보장하자는 제안.

여성장애인 지원

우선 여성부 등 관련부처에 여성장애인 전담인력이 필요하다. 성폭력특별법을 고쳐 여성장애인을 상대로 한 폭력을 따로 맡는다. 자녀 양육수당을 주고 보육시설을 우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장애인의무고용의 절반은 여성으로 한다.

여성농민 지원

여성농민이 출산한 뒤 산모와 신생아를 보호하는 ‘농촌형산후조리센터’가 급하다는 여성계의 지적이다. 면단위 보건소에 여성농민의 평생건강관리체계를 만들고 정기검진 서비스도 강화하자는 주장. 여성농민육성정책자문위원회를 지자체에 두고 위원 절반을 여성이 맡도록 한다.

양성평등 교육 강화

제사나 명절, 회식 때 뒷치닥거리는 모두 여성의 몫이다. 남성이 일을 나누자는 공공캠페인이 필요하다. 미디어의 여성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성차별 프로그램 삼진아웃제, 초중고 교육과정에 양성평등과목 채택, 교사·공무원 등에 성인지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나와 있다.

여성노인 복지증진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 장기 와병노인을 둔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제안이다. 방문 노인복지서비스 대상을 도시가구 소득평균 80%미만 가구까지 거저(실비) 해주는 쪽으로 가자는 주장. 치매예방프로그램도 늘리고 양성평등한 노후를 위해 1인1연금의 기초연금제도 도입하자는 안.

예산 확보

무엇이든 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헛일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책정, 집행, 평가 과정에서 해당 예산이 여성에게 주는 영향을 분석, 남녀에게 고루 나눠지게 해야 한다. 일반회계 일정 비율 이상을 여성관련 예산에 배정토록 하고, 각 부처에 여성관련 예산 배정목표치를 정한다. 모든 정부기관은 여성부 장관한테 여성관련 예산에 대한 내용을 보고토록 한다.

남북 상호군축

전쟁은 여성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긴다. 화해 협력의 시대를 열기 위해 남북이 함께 군축을 단행하고, 군복무기간도 줄이자는 제안이다. 남북의 여성 상황을 알기 위해 남북 여성교류를 활성화한다. 학교에선 갈등을 풀고 평화심성을 개발하는 평화교육을 하고, 언론이 이를 전폭 지원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선자에게 전하는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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