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료 1조6000억원 확보 관건

세수증대로 재원마련 ‘비현실적’

차등보육료제 도입 ‘환영’

【연재순서】

*① 보육공약

② 여성 고용안정·일자리창출

③ 호주제 폐지

④ 정관계 여성할당·여성부 확대 강화

⑤ 모성보호·소외여성 지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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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이번 호부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에 내놓은 숱한 여성공약을 재분석,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제시하는 기획연재물(총5회)을 싣는다. 첫 순서는 여성계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고 있는 보육공약에 대해서다. 노 당선자는 1조6800억원의 보육료 지원,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등을 내놨지만, 여성계는 재원마련 방안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편집자 주>

‘아이 맘놓고 낳으시라. 내가 키워드리겠다.’

노무현 당선자는 선거 전 여성들 앞에 설 때마다 이렇게 장담했다. 우리 사회 여성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후보의 기민함에 많은 이들이 점수를 주면서도 질과 양 모두 ‘밑바닥’ 수준인 공보육을 과연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달았다. 하물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듦에랴.

일단 노 당선자는 보육정책을 국가 우선과제로 삼고 부모의 보육비 부담을 국가가 나서 덜겠다고 줄기차게 강조함으로써 여성계의 기대를 사고 있다. 실제로 보육료를 부모의 소득에 따라 4단계로 나눠 지원한다는 방안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정받아 돋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계획대로라면 보육료 지원에만 1조6800억원이 드는데, 이 돈을 마련할 구체적인 조달 방안이 아직 없는 탓이다. 경제성장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대 효과, 세수 증대 등 두루뭉수리한 방안이 현재로선 ‘묘책’인 정도다.

‘중요한 건 실천’을 거듭 강조하는 여성단체와 전문가들은 예산을 뒷받침할 수 없는 공약은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여성단체들은 곧 공약이행 감시기구까지 만들어 노 당선자의 실천을 지켜볼 태세다.

▲현황=2001년 12월말 현재 5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놀이방 등 보육시설은 전국에 1만9533곳이다. 이 가운데 92.4%인 1만1438곳이 법인·단체나 개인이 하는 민간시설이다. 국공립 시설은 1295곳(6.6%)에 불과하며 직장탁아소는 203곳(1%) 뿐이다.

보육 국공립시설 6% 불과

그나마 이들 ‘번듯한’ 시설에 다니는 어린이는 70여만명. 2001년 5세 이하 영유아 가운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정부지원을 받은 이는 14만1800여명(20.2%)이며, 5세 무상교육 대상은 2만여명(3.7%)밖에 안된다. 친척집에 맡기거나 공동육아 형태로 자라는 아이들이 아예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소수의 아이들만 혜택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지난 3월 ‘보육사업 활성화방안’을 내어 보육시설을 다양화하고 정부 역할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육관련 예산은 1년 평균 4800억원에 불과하다. 물가인상, 사교육비 상승 등으로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준 것을 떠올리면 정부의 보육지원비는 ‘새 발의 피’다.

이런 현실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대부분 선진국은 0∼5세 어린이의 보육·교육비를 모두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육료 차등지원=노 당선자의 가장 돋보이는 구상은 부모 소득에 따라 4단계로 나눈 뒤 보육료를 차등지원하는 것. 100을 최고로 잡고 70, 50, 0순으로 분류, 어린이 한 명당 얼마씩 지원하는 공약이다.

구체적으로는 0∼4세 유아 140만명과 5세 어린이 67만여명 중 50만명에게 달마다 10만원씩 보육료를 준다는 계획이다. 도시가계 평균소득 280만원 이하 가구까지 대상을 늘려 모두 1조6800억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노 당선자는 새 일자리 50만개(1년 1500만원)를 만들어 생기는 7조5000억원의 임금이 11조2500억원(임금의 1.5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세수(평균담세율 20.1%) 3조7500억원으로 충당한다는 계산.

획기적 재원마련 방안 절실

여성단체들이 허술하다고 짚어낸 대목이 여기다. 노 당선자가 차등보육료 도입, 국가보육재정 50%(현행 36%) 증대까지 내놓은 건 좋았으나 재원마련 방안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노 당선자는 5개년 계획으로 재정부담을 점점 늘린다고만 한 상태.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부가가치 창출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건 나무 밑에서 사과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꼴”이라며 “군축 등을 통해 종자돈을 가져오는 식의 실사구시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공립·정부지원 보육시설을 50%까지 늘리고, 5세아 무상보육을 하루 빨리 도입하라는 요구다.

▲영아 국공립시설 확충=현재 보육시설 대부분이 3∼6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15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0∼2세 영아의 보육수요충족률은 13%로 사실상 가정 외엔 키워줄 곳이 없는 실정이다. 전체 보육시설 1만9500곳 가운데 영아보육을 전담하고 있는 곳은 95개(2001년) 뿐이다.

노 당선자는 일반 보육보다 비용부담이 큰 영아·장애아 대상 보육시설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 외엔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여성계는 기초자치단체에 국공립 영아전담보육시설을 최소 2곳 이상 설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이 운영하고 있는 영아전담시설에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자고 제안한 상태.

▲방과후 보육=지금 있는 방과후보육시설은 1080곳(전담 183, 혼합 897)으로 초등학생 1만3700여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직장여성을 엄마로 둔 초등학생은 75만명이며, 수요조사 결과 32%가 방과후 보육을 원한다고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2만5000여개의 시설이 필요한 실정이다.

민주당은 방과후보육지원 근거법을 만들고, 보육시설 확충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방과후 보육교사는 국가기술자격증제를 도입,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방과후 보육에 대한 근거법 마련 공약은 김대중 대통령도 추진하다 실패한 ‘재탕’ 공약. 이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신 정부가 국공립보육시설을 늘려 방과후 교육까지 맡고, 민간시설에 예산을 지원하라는 게 여성계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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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처우 ‘수준이하’

▲보육교사 처우 개선=2001년 한국보육교사회 조사에 따르면, 국공립시설 교사 평균임금은 99만3000원, 직장보육시설은 92만5000원, 개인시설은 66만3000원으로 ‘밑바닥’ 수준이다. 출산휴가 이용률은 국공립·직장시설 71%, 개인시설은 12%로 열악하다.

민주당의 계획은 평가인증제를 통해 평가된 우수한 보육시설에 인건비 위주로 지원하고, 복지·근무시간 조정, 출산휴가시 대체인력 보장 등이다. 임금 수준은 ‘적극적 조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 문제 역시 예산과 직결된 사안. 여성계는 우선 보육교사의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엄격히 지키고, 모성휴가·교육 때 투입될 대체인력을 양성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 보육예산을 50%선으로 늘려 인건비를 지원하고, 평가인증제는 전체 보육의 발전을 위한 체계를 잡는 것으로 확대하자는 것도 포함해서다.

▲다양한 보육서비스 개발=노 당선자는 ‘과연 모두 할 수 있을까’란 지적을 받을 정도로 많은 보육서비스를 내놨다. 야간보육, 24시간 보육, 휴일 보육 등 여성들의 취업특성을 고려한 아이디어와, 공공기관·기업의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늘리겠다는 것들이 사례다. 공동육아조합에도 지원을 약속했다.

이 가운데 직장보육시설은 1%에 불과, 설치기준을 완화하는 게 급하다는 지적이다. 학교·병원 등이 시설 설치요구가 많지만, 민주당은 ‘운영주체의 의지 부족’을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먼저 나서 설치기준을 완화하고 지원을 늘리면 풀릴 수 있는 문제다.

보육정보네트워크와 지역의 협력체계 구축 공약은 일단 환영받고 있다. 가정과 시설이 보육을 전담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치단체나 기관·단체가 참여하면 그만큼 효율이 높아지고 공동체문화 수준도 향상되리란 전망 때문이다. 민간보육시설을 대상으로 한 평가인증제를 제대로 실행하느냐가 관건이다.

보육료 지원, 시설 확충 병행해야

육아휴직급여를 임금의 40%로 늘린다는 노 당선자의 구상도 지켜볼 일이다. 2001년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돼 남녀 모두 휴가를 쓸 수 있게 되고 급여도 월 20만원으로 정했지만 2002년 6월 현재 휴직자는 1300여명으로 목표치의 6%밖에 안되는 실정이다.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육아휴직자를 대체할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먼저 나오지 않는 한 실효를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휴직자를 곱지 않게 보는 사회적 시선을 뿌리뽑기 위해 캠페인, 성인지 교육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보육교사회 이윤경 공동대표는 “최근 단기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방과후 보육을 원하는 이만 60만여명에 이르는 등 보육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보육료 지원, 시설확충을 함께 빨리 진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세수증대로 예산을 확보한다는 건 현실성이 전혀 없다”며 “보육교사 처우 개선, 장애아 무상보육 등까지 포함하는 실질적인 재원마련 방안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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