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주 / MBC 경제담당 해설위원

미국에서 대학 교수를 하던 한 여자 후배가 한국 대학에 자리를 얻어 돌아오겠다고 하자 동료 남자교수가 정말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여성이 ‘이류시민(二流市民 secondary citizen)’으로 취급된다는 데 왜 굳이 돌아가려고 합니까?”

그렇다. 대한민국에서는 여성이 ‘2류 시민’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미국 사람들까지도 알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그토록 목메도록 외쳐온 ‘국제화’의 반작용일 것이다. 이런 부끄러운 정보가 미국에서 까지 ‘상식’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노 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것은 부디 새 정부에서는 여성을 ‘2류시민’으로 몰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불합리를 없애 달라는 것이다. 노 당선자의 선거 공약사항인 대한민국 경제 7% 성장론이 공약(空約)이 아닌 진정한 공약(公約)이 되려면 여성이 남자들과 동등하게 1류 시민일 때만 가능하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하고 싶다. 잠재 성장률이 5% 선 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인플레 우려없이 7% 성장을 하려면 여성 잠재 노동력을 풀 가동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원론적인 약속은 역대 모든 정권의 공약사항이었다. 우리는 이제 원론(原論)이 지겹다. 적어도 이번 새 정부에서 만큼은 원론이 아닌 각론(各論)과 실천적인 방법론을 듣고 싶다.

2000년 통계를 보면 한국의 여성 취업비율은 51% 선, OECD 평균 62%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그나마도 69.8%는 종업원 수 1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규정된 각종 여성보호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부모들이 엄청난 돈과 자원, 시간을 들여 키워낸 고학력 여성들은 결혼 후 자녀출산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비 경제 활동인구로 묻혀 버린다. 고학력 여성과 관련한 더 큰 문제는 출산기피 현상. 출산률은 최근 1.3명 꼴로 떨어져 오는 2023년이면 인구의 절대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구분포가 고령사회, 나아가 초 고령화 사회로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이다.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늘어나는 복지 비용은 경제전체의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명백한 결론이다.

여성인력의 사장과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생산성 하락 등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출산과 육아가 여성들의 직장생활, 사회생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출산은 여성 혼자 짊어져야 하는 형벌이 아니라 직장과 사회전체의 축제가 되도록 해야하며 육아는 여성 혼자만의 십자가가 아니라 기업, 국가 전체가 나누어 지도록 해야 한다.

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남성 노동력조차 상용직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기업에 여성을 상용직으로 채용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예 여성 스스로가 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 여성창업지원센터의 건설, 창업 정보의 데이타베이스화, 창업 인규베이팅 지원, 여성전용 창업펀드 활성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 여성창업펀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큰 제조업 위주로 운영이 돼 왔다. 따라서 실내디자인이나 선물가게, 옷가게 등 1인창업이 대부분인 여성들에게 별 도움이 못됐던 것이 현실이다. 또 담보를 요구해 서비스나 유통, 무역, IT쪽에 강세인 여성창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새 정부는 여성 창업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오도록 창업지원의 방향과 내용을 가다듬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에 언급한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일부를 여성지원용도로 과감하게 배정하는 여성전용 예산(Gender Budgeting)개념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또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도울 수 있는 업무가 여성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중기청 등 온갖 부서로 나눠져 있는 중복 업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여성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해 경제와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면 여성은 자기보호를 위해 계속 출산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대한민국 경제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다름아닌 ‘초 고령화 사회의 악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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