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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의 엘사, 다음을 묻는다 - 디즈니 여성캐릭터 진화의 성과

© Getty Images 딸에게 디즈니 영화 일부는 보여주지 않는다는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 Getty Images 딸에게 디즈니 영화 일부는 보여주지 않는다는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최근 미국 방송프로그램 엘렌 드제네러스쇼 출연한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세살 딸에게 일부 디즈니 영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말을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 나오는 여성상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다는 때문이었다. 공주 시리즈로 대표되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예로 나이틀리는 부자 남성이 자신을 구해줄 것을 기다리지 말라. 내가 나를 구하면 된다.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 WaltDisneyCompany 디즈니의 공주들. ‘디즈니 프린세스’라는 브랜드로 선보인다.
ⓒ WaltDisneyCompany 디즈니의 공주들. ‘디즈니 프린세스’라는 브랜드로 선보인다.

1937 월트 디즈니는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선보인다. 총천연색 화면에 원근감, 자연스러운 표정, 아름다운 음악으로 애니메이션도 하나의 작품, 장르가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냈다. 그리고 하나 . 권선징악의 익숙한 플롯, 백마 왕자, 뮤지컬, 무엇보다 공주라는 클리셰를 시작했다. 이후 신데렐라’, ‘잠자는 속의 미녀’, ‘인어공주 공주를 주인공으로 애니메이션은 흥행을 보장했으며 그만큼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했다. 잘록한 허리에 어울리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아름다운 외모, 게다가 착하기까지 공주는 용의 성에 갇히거나 같은 여자의 꾐에 빠져 위험에 처한다. 공주를 구하러 오는 왕자는 역시 잘생기고 늠름한데다가 공주의 외모에 첫눈에 반하고 공주를 위해 싸운다. 종국에는 (공주는 허락하지 않은) 키스로 공주를 깨우고, 눈을 공주는 자신을 구한 왕자와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오래오래 산다는 이야기로 소녀들의 욕망을 정확히 건드린다. 아니, 소녀들의 욕망을 만들어냈다.

ⓒ WaltDisneyCompany 영화 '뮬란'. 여자로 태어났으나 여자로만 살지 않은 여성
ⓒ WaltDisneyCompany 영화 '뮬란'. 여자로 태어났으나 여자로만 살지 않은 여성

20세기의 디즈니 영화의 여성 캐릭터는 간혹 원작에 힘입어 자주적인 여성이 등장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있기도 했지만 뿐이었다. ‘미녀와 야수’(1994)에서는 지적욕구가 있는 여성이 등장하지만 역시 야수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을 완성했다. 유색인종이 등장한 포카혼타스’(1995) 인어공주나 백설공주에 비해 주체적이지만 결국 사랑 통해 세상을 구원한다. 그리고 20세기의 끝자락에 뮬란’(1998) 등장한다. 아직은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미션이 되고 남성들의 장소인 전쟁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명예남성 길을 선택하지만 완벽한 신부감이나 아름다운 딸보다는 진정한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 WaltDisneyCompany 영화 '겨울왕국'. 세상을 향해 소리치겠다는 여성
ⓒ WaltDisneyCompany 영화 '겨울왕국'. 세상을 향해 소리치겠다는 여성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디즈니 영화는 많은 부분 변한다. ‘겨울왕국’(2013) 모아나’(2017) 그것이다. 주인공 엘사와 모아나에게는 자신과 세상을 구원하는 로맨스가 없다. 사랑만으로 세상을 구원할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들은 멋진 왕자의 구원을 기다리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듯 명백한 선과 악의 대결도 없다. 소녀가 겪는 모험과 이를 통해 점점 강해지고 성장하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자기만의 세계를 찾아나서는 엘사와 모아나가 각각 Let it go’ I am Moana’ 노래할 전율이 느껴진다. 디즈니 왕국의 순종적인 공주가 진정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장면이자 과거 디즈니의 공주는 끝났음을 알리는 유쾌한 장송곡이기도 했다.

ⓒ WaltDisneyCompany 영화 '모아나'. 모든 상황을 자신의 의지로 풀어나가는 여성
ⓒ WaltDisneyCompany 영화 '모아나'. 모든 상황을 자신의 의지로 풀어나가는 여성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여전히 엘사는 공주이고, 모아나는 부족장의 딸이다. 아버지의 권위를 물려받아 그동안은 남성 영웅들이 왔던 일을 반복한다. 계급을 통해 권위가 보장되기에 이들은 자아 찾기가 가능하다. 왕자를 사랑하기 보다는 국가나 부족, 자신의 미래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는 변이된 왕자님과 다르지않다. 그러나 우리는 엘사를 통해 디즈니의 변화를 실감한다. 더이상 수동적인 과거의 공주님은 주인공이 없을 것이다. 드림웍스의 도전과 픽사의 수혈만이 디즈니 왕국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과거의 디즈니 영화는 거부한다는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와 같은 목소리가 역할을 했다. 이런 목소리가 모아진다면 디즈니 영화는 우리가 매일 살고 있는 평범한 일상 비범한 이야기 빨리 그려낼 것이고 안의 여성은 새로운 인간상을 만들어 것이라 기대한다.

문환이 | 자유기고가

사람을 위한 긍정에너지를 발신하는 콘텐츠 창작집단 [쥴포러스] 대표. hwany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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