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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과 미국 JP 모건사 간의 쌍방소송을 계기로 국내 금융기관

의 역외펀드를 통한 파생금융상품 투자가 새로운 금융시장 불안요인

이 되고 있다. ‘역외펀드’란, 세금이나 각종 규제를 벗어나서 자유

롭게 여러 나라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외국에 설립한

회사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증권회사와 투자신탁회사들은 그동안

말레이지아나 아일랜드 등지에 역외펀드를 설립하여 국내 주식과 동

남아 국가들의 수익증권을 사들였으며 이것을 담보로 현지 금융기관

에서 외화를 차입하여 자금의 운용규모를 늘려왔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이 역외펀드 자금의 반이상을 국내주식에

투자해 왔는데 국내 주가의 폭락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작년부터 이자가 싼 일본엔화를 많이 빌려 이자가 비

싼 태국에 파생상품거래로 투자했는데 태국 바트화의 가치폭락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것이다. 작년말 현재 우리나라 증권

회사와 투자신탁회사의 역외펀드 운용을 통한 손실은 무려 1조5천억

원에 달해 새로운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외펀드 파문이 발생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역외펀드

의 부실한 운영때문이었다. 국내에서의 자금조달행태와 같이 역외펀

드에서 외국돈을 지나치게 많이 빌렸다. 증권회사는 역외펀드 출자

금의 1.4배, 투자신탁회사는 6.3배 정도를 해외금융기관에서 차입하

였다. 더구나 국제금융거래에서 필수인 환율에 대한 예측과 위험관

리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투기거래에 나섰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커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감독당국에도 있다. 그간 감독당국은 역외펀드가 해외법인

이라는 이유로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겨우 지난 1월에야 그

실태파악에 나설 정도였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역외펀드와 그 자금운용에 대한 체계정비와 철

저한 감독이 실시되어야 한다. 우선 국내금융기관에서는 환율예측체

계와 환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환율변동 및 파생금융 상품거래에

따를 수 있는 투자손실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편 감독

당국에서는 역외펀드에 대한 지급보증을 규제하여 무리하게 해외자

금 빌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파생상품거래에서 손해나 이익이

발생했을 때 공시의무규정을 강화하고 장부에 나타나지 않는 장부외

거래에 대해서도 엄밀히 체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역외펀드의 파생상품거래에 대해서는 구제보다

는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지금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새로운 거래

기법인 파생상품거래가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금융

기관들만이 그와같은 거래를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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