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도시. 사람중심 디자인 - 5]

강릉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경포대와 오죽헌이면 기성세대일 것이고, 테라로사라고 한다면 트렌드를 아시는 분이다.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만든 테라로사는 지역 공간 브랜딩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열정적인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과 의지로 만들어낸 경우다. 테라로사가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를 보고 건물 지어놓고 커피메이커 몇 개 설치해 놓는다고 비슷하게 만들어질 리가 없지만 지금도 전국에서 비슷한 따라 하기로 또 다른 빈 공간이 만들어지는 낭비가 안타깝기도 하다.  

2002년 오픈 한 이래 강릉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된 테라로사. 강릉의 외곽지역에 있는 테라로사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좋은 컨텐츠에 대한 니즈를 느낄 수 있다
2002년 오픈 한 이래 강릉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된 테라로사. 강릉의 외곽지역에 있는 테라로사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좋은 컨텐츠에 대한 니즈를 느낄 수 있다

도시의 혁신은 건설면허를 가진 업체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도시재생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정부(기관), 시공회사, 운영조직, 이용자(시민) 이렇게 4가지는 핵심적인 구성요소라서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부분은 없다. 잘만 구성돼서 돌아가면 지역을 살릴 수 있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 대통령은 하반기에 들어 연일 생활SOC(사회간접자본)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도서관, 체육시설, 교육시설, 문화시설 등의 지역기반 시설들을 업그레이드해서 국민의 삶의 수준도 높이고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기업들의 운영을 활성화하여 고용과 일자리도 확장하여 경제에 실질적인 활성화 사이클을 만들자는 것이다.

현장의 도시재생은 대통령의 주문처럼 원활하게 돌아가기는 아직 멀어 보인다. 탑다운 방식의 생활SOC 혁신 주문은 왜 어려움이 있을까. 여전히 도시재생으로 내려온 정부 자금이 태생적으로 땅바닥을 까는 방식 중심이어서 실질적인 운영과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까진 아직 멀었다는 평가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혁신적인 도시재생의 모델을 만들고 싶어도 법률적으로 사업집행의 프로세스가 토건위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혁신을 만들어내기가 법률적으로 제약되어 있다는 것이 현장에서 만나는 공무원의 항변이기도 하다. 

2002년 오픈 한 이래 강릉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된 테라로사. 강릉에서도 외진 곳이지만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장병인
2002년 오픈 한 이래 강릉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된 테라로사. 강릉에서도 외진 곳이지만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장병인

도시재생의 주체가 때로는 커피 전문가들이면 어떻고 젊은 농부이면 어떤가. 실제 서비스를 운영해보고 고객들과 마주선 경험을 도시재생에 반영하면 보다 현실적인 도시재생이 될 것이다. 도시를 바꿀 수 있는 주체의 상상력에 따라 정책을 융통성 있게 조정해주는 것이 혁신적인 도시재생의 우선이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이 어려운 이유는 4개의 균형에 쏠림이 있거나 빠뜨리게 되는 경우다. 각자의 영역에 대한 이해 부족과 입장차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골은 예상보다 심각하고 깊은 경우가 많다.

자금을 집행하는 정부나 시행하는 조직이나 운영하는 조직이 하나의 목적에서 융통성과 균형감을 유지해야하는데 각자의 관점에서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항상 중심에 서지 못하는 축이 이용자 부분이다. 물론 진행과정에서 이용자 조사도 하고 의견도 청취한다. 사업을 하기위한 이용자 조사, 운영을 하기 위한 이용자 조사. 서비스를 어떻게 하겠다는 말보다 누가 운영을 하고 누가 주체가 된다는 말만 무성하다. 

도시재생에서 이용자 시민은 누가 대변해주는가. 시민은 그냥 깨끗하고 좋은 시설을 만들어줬으니 아무 말 말고 쓰기만 하면 되는 건가? 세금을 내는 국가의 주인인데 말이다. 누가 적극적으로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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