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 의견과 무관합니다. <편집자주>

멘티 님, 멘토에게 들이 대세요~~.

2009년 어느 날, 부서 공지가 떴습니다.

 멘토링 특강 실시. 강사: P&G 인사부장. 오후 3시~4시. 모두 참석 요망!!!”

계단 위에서 아래에 있는 멘티를 끌어 주는 멘토. @Pixability
계단 위에서 아래에 있는 멘티를 끌어 주는 멘토. @Pixability

당시 회사에는, 새로운 리더십 용어가 유행이었습니다.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코칭을 해서, 본인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해야 한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입사 3~4년차 선배가 멘토링 실행. 약간의 다과비 지원’ 등

제가 입사했을 때는, ‘사수’라는 용어가 있었습니다. 업무는 물론 지혜로운 회사생활까지 지도를 해 주는 선배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수를 잘 만나는 것이 초기 회사생활 성공의 핵심이었지요. 그런데 저는 사수가 없었습니다. 제 업무가 완전히 새로운 업무이기도 했고, 저를 지도할 만한 여성 선배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 공지를 보고 저는 너무 기뻤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부서는, 글로벌마케팅 실 (GMO, Global Marketing Office) 였는데요, 부서 특성 상 경력 입사자가 많아 회사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방안으로 이런 특강을 준비했지요. 그 동안 사수나 롤모델 없이 좌충우돌 해 왔고, 임원 승진을 바라보고 있던 저에게는 너무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 강의는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실천한 세 가지 문구가 있습니다.

  1. (회사 내에서) 어떤 사람도, 지원 (Support)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2. 멘토란 부서장과는 다른 사람이다. 멘토는, 내가 회사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 데 필요한 어떤 상황에 대해 전문적 해결책을 보유한 사람이다. 따라서 내 상황에 따라서 여러 명의 멘토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워킹맘이라면 자녀양육 멘토, 남성적인 조직 적응법 멘토 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분야별로 한 명씩 멘토가 필요한 것.
  3. 멘토가 멘티를 불러서 멘토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관계는 멘티 주도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멘티가 도움을 받고 싶은 멘토를 정하고, 그 멘토에게 먼저 연락해서, 어려운 점을 공유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해결책을 요청해야 한다.

아하!!! 멘티가 멘토에게 들이 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알고 있던 것과 달랐지요. 그 동안은, 회사에서 멘토를 지정해 주고, 멘토가 미팅을 소집하면 나가서 이런 저런 좋은 얘기를 듣고 오는 것이 멘토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멘토는 도움을 주려는 의사는 있지만, 먼저 멘티를 끌어 모으긴 어렵다.   @Pixability
멘토는 도움을 주려는 의사는 있지만, 먼저 멘티를 끌어 모으긴 어렵다. @Pixability

그래서 저는 바로 실행했습니다. 비록 당시 저는 고참 부장이었지만, 제게는 여전히 애로 사항이 있었고, 그것을 해결해 줄 만한 분을 선정했습니다. 두 분의 남성 선배 임원이었습니다. 그 선배 임원들은 본인들의 경험에 기반해서 가이드를 주었고, 저는 무사히 승진했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도 계속 멘토를 찾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멘토에게 보수를 주었냐구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후배가 어떤 문제를 털어 놓고 해결책을 문의하면, 수고비 없이도 열과 성을 다해 가이드해 줍니다.

그리고 저 역시, 멘토로서 다른 후배들에게 제 경험에 기반해서 후배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해 주었지요.

한 가지 더, 여성 후배들에게 적극적인 멘티가 되라고 제안했습니다. “네가 어려워하는 문제를 잘 해결한 사람, 가능하면 남자 선배를 찾아서, 멘토가 되어 달라고 요청해 봐. 그래야 여성 인력으로서 부족한 점을 보강할 수 있어.”

애로 사항이 있나요? 적절한 멘토를 찾아서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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