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안전문화재단, ‘재난보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개최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언론은 정확성보다는 속보성, 객관성보다는 선정성, 공익성의 이름으로 피해자 보호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재난, 에방, 대응, 대비, 회복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는 언론의 역할이 어떠해야하는지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다. 오늘 이 토론회를 계기로 재난보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권은주기자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언론은 정확성보다는 속보성, 객관성보다는 선정성, 공익성의 이름으로 피해자 보호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재난, 에방, 대응, 대비, 회복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는 언론의 역할이 어떠해야하는지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다. 오늘 이 토론회를 계기로 재난보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권은주기자


2·18안전문화재단(이사장 김태일)과 세명대학교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주최하고 대구광역시와 대구경북기자협회가 후원한 ‘재난보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11월 23일 대구그랜드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재난 예방, 대비, 대응, 회복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는 언론의 역할이 어떠해야하는지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다”면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이후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논의됐지만 흐지부지되다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비로소 ‘재난보도준칙’이 제정됐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난이 일어났을 때 여전히 언론은 정확성보다는 속보성에, 객관성보다는 선정성에, 공익성의 이름으로 피해자 보호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재난보도가 개선되길 바란다”며 토론회 개최 의미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218안전문화재단에서는 재난보도의 개선을 통해 ‘안전한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갈 것이며, 내년에는 좋은 재난보도를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슈토크에 참석한 패널들은 재난보도에 대한 각자의 취재경험을 통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 논의하고 있다. 사진: 권은주기자
이슈토크에 참석한 패널들은 재난보도에 대한 각자의 취재경험을 통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 논의하고 있다. 사진: 권은주기자

기조 강연을 맡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이봉수 교수는 ‘위기커뮤니케이션& 영국의 재난보도’를 주제로 위험사회에서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재난보도의 모범이 되는 BBC보도준칙을 설명하며 “재난보도에서 신속함에 앞서 정확성,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취재와 보도 과정에 특히 강조되어야 하고 흥분하지 않기, 영웅과 희생양 만들기 경계, 지속적 관심, 진실 등의 덕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재난보도는 보도재앙이다’를 주제로 김태일 이사장(영남대 정치외교학과) 좌장을 맡은 이슈토크에는 박태우 기자(경향신문 전국사회부장), 서영지 기자(한겨레신문) 이연 교수(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 선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조정훈 기자(오마이뉴스), 황진우 기자(단비뉴스 편집국장)등이 패널로 참석, 우리나라 재난보도의 현실과 어떻게 보도되어야 하는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태우 기자는 2003년 자신이 쓴 논문 ‘기자들의 재난보도 인식과 보도유형과의 관계연구 – 대구지하철역 방화참사 사례를 중심으로’을 통해 “당시 기자들도 국민의 알권리 충족 못지않게 인명구조와 취재윤리 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언론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내세우지만 속보, 특종경쟁에 치우쳐 무리한 취재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 언론은 기자교육과 함께 취재관행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만 관련기사를 쏟아내고 빠져버리는 ‘냄비 저널리즘도’ 지양하고, 수시로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연 교수는 ‘재난보도 준칙제정의 의의와 그 이후의 문제점’을 통해 “세월호 참사 후 한국기자협회–재난보도준칙제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언론단체가 힘을 모아 재난보도준칙을 제정, 선포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재난보도준칙이다. BBC, CNN, NHK 등의 경우는 언론사별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은 있어도 우리나라와 같이 언론 5단체가 스스로 재난보도준칙을 만든 것은 세계 최초”라며 “2014년 만들어진 재난보도준칙의 의의”를 설명했다.
세월호 보도로 KAIST 과학저널리즘 대상을 수상한 서영지 기자는 “정확한 사고소식을 전해야 할 언론이 오보를 양산하고 있었고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연 위주의 선정적 보도였다”며 세월호 보도에서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 기자는 재난보도의 개선 과제 중의 하나로 “가급적 ‘현장데스크’ 운영이다”라고 강조했다.

제천 화재참사의 사례를 보고한 단비뉴스 황진우 편집국장은 “속보성 때문에 팩트체크가 부족했다. 사건 발생 후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보도가 없었고 홈쇼핑 광고처럼 속보를 알리는 매체도 있었다. 피해자에 대한 배려도 없었으며 세월호 참사처럼 제천 화재참사의 경우에도 마지막 뉴스는 건물주에게 쏠렸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과 관련 법 개정 등에 대한 관심, 피해자에 대한 관심보다 제천의 경우도 건물주와 소방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으로 시선이 모였는데 이는 세월호 청해진해운으로 관심이 몰린 것을 떠올린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는 “한국언론재단과 함께 뉴스 스토리 펀딩을 통해 재난보도의 현실을 취재했다”며 “‘세월호, 우린 달라졌나’는 질문으로 재난보도에 대한 언론인 100명에게 물었더니 재난보도는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와 연습의 반복, 기억과 기록의 의무를 강조하는 일본 언론의 재난보도 현황을 배워야한다”며 “제대로 된 재난보도를 위하여 교육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2·18안전문화재단은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참사 이후 대구 지역 내 재난피해자를 위한 복지사업과 안전예방, 추모사업 등의 역할을 맡아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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