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이 즐거우면 안되나요?”

@7-1.jpg

“활동가부터 정치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같은 주제를 가지고 참여하는 풀뿌리 단체가 많아져야 사회운동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태와 여성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개인들이 네트워크를 이뤄 만든 여성환경운동연대에서 환경지킴이로 일하고 있는 이미영(35) 사무국장.

이 사무국장은 “조직의 관료주의와 경직성 없이 각자 가정과 일터에 흩어져 있으면서 자기 역할을 해낼 때 운동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후 “여성환경연대에 들어온 후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개인들이 각자의 열정과 경험을 토대로 함께 만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벅찬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 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감을 가진 ‘줏대 있는 여성’으로 성장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에서 이 운동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여섯 살 난 딸을 키우면서 ‘생태와 생명’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실감했다고 말하는 이 사무국장은 많은 여성활동가들처럼 자신도 아이를 낳은 후 세상을 보는 눈, 운동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딸이 남녀가 차별받지 않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삶을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여성운동의 목적을 평등에 둔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차지한 기득권에서 여성의 몫을 찾는 것은 여성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것. 대안사회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미래지향적인 여성운동을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운동관도 독특하다.

“당위성만으로 운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좀 더 행복하게 가꿀 수 있는 ‘즐거운 운동’을 위해 이 여성환경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하진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대부분의 여성활동가들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삶의 가치를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 체감 행복도는 달라질 수 있다”며 “후배 운동가들 역시 이 점을 알고 난 후 운동에 뛰어들면 더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사무국장은 “흩어진 개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아름다운 이음매가 씨줄과 날줄로 엮어진다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고운 비단이 될 것”이라며 “작은 생명까지 보살피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통해 ‘생명 살림’의 잠재력에 불을 지피고 병들어 가는 사회와 생태계를 살려내는 데 힘쓸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사무국장은 릴레이 인터뷰 다음 주자로 한살림 곽금순 도봉지부장을 추천했다. 주부로 한살림 회원으로 활동하다 생활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