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은행 김소니아 선수
한국인 父·루마니아인 母 두고
유럽 리그서 뛴 실력파

2013-14시즌 이후 5년 만에 복귀
178 리바운드서 맹활약
11살 때부터 농구 시작
전주원 코치 제안으로
운명적으로 한국 농구에 도전
“남들과 달라도 잘 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겠다”

우리은행 김소니아. ⓒ우리은행 제공
5년 만에 한국 농구코트에 복귀한 김소니아 선수 ⓒ우리은행

 

“잘 막는 비결이요? 스스로 경쟁심이 세요. 모든 경기에서 열심히 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그냥 점프하라고 하면 높이 못 뛰지만, 저 공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면 높이 뛰게 됩니다.”

출전 시간과 득점이 농구 선수의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기록으로 평가할 수 없는 수비라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김소니아(24, 포워드) 선수의 역할이기도 하다. 176cm인 자신보다 키가 20cm 가까이 높은 선수도 악착같이 막고, 달라붙어 공격을 봉쇄한다. 날렵하게 리바운드를 해 제공권을 확보한다.

김소니아는 올 시즌 9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7분 39초 5.33득점(*7일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공격보다 빛나는 건 수비다. 리바운드는 경기당 평균 6.67개로 전체 9위다. 팀 내에서는 외국인선수 토마스(12.67개)에 이어 2위다. 식스맨으로서는 상당한 성적이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규정이 바뀌어 2쿼터에는 외국인 선수가 못 뛴다. 그만큼 국내 식스맨의 역할이 커졌다. 김소니아는 2쿼터만 되면 자동으로 ‘호출’된다. 지난달 29일 국민은행과의 경기에서는 198cm의 박지수를 쩔쩔매게 하기도 했다.

“김소니아 하면 허슬플레이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허슬이라는 부분이 기록으로 체크는 안 되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로 팬들이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중국적을 지닌 김소니아는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선수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의 고향인 경남 거제로 날아와 5살 때까지 살았다. 이후 루마니아로 돌아간 그는 11살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루마니아에 연령별 청소년대표를 거칠 정도로 실력이 있었다.

김소니아는 원래 미국 대학으로 진학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루마니아에 촬영을 온 다큐멘터리 피디와 친분이 생겼다. 이후 한국에 놀러 왔다가 피디에게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에게 입단 테스트를 받아보며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전 코치가 피디의 지인이었다.

김소니아는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 어머니를 둔 혼혈 선수다. 그는 혼혈선수로서
김소니아는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루마니아 리그에서 활약했다. 그는 "긍정적인 부분을 사람들이 더 많이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김소니아는 그렇게 2012-13시즌 우리은행에 입단했다. 그러나 문화가 많이 다른 한국에서 적응은 쉽지 않았다. 첫 시즌 4경기에서 평균 2분 55초만 뛰고 2득점에 그쳤다. 결국 2013-14시즌 5경기만 뛰다 짐을 싸 고향인 루마니아로 돌아갔다. 친척이 세상을 떠나는 가족사도 겹쳤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농구만 생각하고 왔는데 선후배 문화는 접하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어머니께서 한국 문화에 대한 조언과 교육을 많이 해줘서 괜찮다”고 했다.

그는 루마니아로 돌아가서는 폴란드·체코 리그에서 뛰면서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5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김소니아는 “언젠가는 한국에 다시 와서 잘 마무리하고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팬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김소니아의 활약상이 담긴 한 포털사이트의 영상은 조회 수 2만이 넘었다. 처음 입단했을 때부터 여전히 자신을 찾아주고 기억해주는 팬들이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체력훈련이 고되기로 유명하다. 유럽에서 뛴 김소니아도 비시즌 때 “이렇게 연습해본 게 굉장히 오랜만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가공품을 멀리하고 채식주의자였던 그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기를 먹고 있다.

김소니아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을 차별한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은 꿈도 있다. 한국에서는 겪지 않았지만 아시아계가 적은 루마니아에서는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놀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남들과) 조금 달라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긍정적인 부분을 사람들이 더 많이 봐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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