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화씨 등 여성 3인 평화 염원 안고 이라크로

“여성과 어린이가 희생되는 전쟁 그 자체를 피하기 위해서 맨몸으로 전쟁을 막고자 이라크로 갑니다.”

한국의 반전 평화운동가 3명이 전쟁을 막겠다며 이라크로 향했다. 미국이 공격을 퍼붓는다면 인간방패가 돼서라도 막아보겠다는 절박함을 갖고 떠난 것이다.

지난 7일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소속 회원인 이영화(44)씨 등 세 명이 1진으로 출발, 요르단에서 활동중인 데 이어 오김숙이, 허혜경씨 등이 13일 2진으로 출발한다.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은 지난달 미국 ‘광야의 목소리’라는 평화단체에서 운영하는 이라크 평화팀 일원으로 사회당, 여성해방연대, 전국학생회협의회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결심은 미국의 대의명분에 심각한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쟁 반대여론이 전세계적으로 50%를 넘어섰다는 고무적인 소식에 이어 “미국이 북한, 이라크보다 위협적”이라는 CNN의 조사까지 나온 모양이고 보면 이들의 결행은 전세계적으로 반전 여론을 모으는 데도 큰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전쟁의 땅’으로 떠나는 만큼 이들이 다지는 각오 또한 결연하다.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은 “‘인간방패’라는 말은 우리가 사는 이 땅 어디서도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의지에 대한 비폭력적인 실천의 표시”라며 “생명존중의 마음으로 코 앞에 다가와 있는 전쟁을 막아볼 것”이라고 결연히 밝히고 있다.

1진에 포함된 이영화씨는 17살 난 딸 남효주양과 함께 떠났다. 7일 이라크로 향한 그에게는 2대가 함께 사지로 떠나야 하는 결연함 이상의 사연이 있다. 며칠 후면 징병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 아들을 두고 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면 안된다는 절절한 심정으로 이라크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결정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는 일부 냉소적인 시선을 불식시키는 말인 것이다.

또한 “어머니들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의 자녀들이 총알받이가 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격려로 이라크로 떠날 것을 결심할 수 있었으며 남아있는 더 많은 어머니들이 우리와 하나가 돼 평화운동에 나설 것을 믿는다”고 절절한 심정을 전했다.

2진으로 출발하는 허혜경씨는 “이역만리 머나먼 전쟁의 땅으로 떠나는데 어떻게 불안감이 없을 수 있겠느냐”며 “하지만 세계의 평화와 인간의 삶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열망이 앞섰기 때문에 이라크행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각오를 밝혔다.

여성해방연대 오김숙이씨는 “이제까지의 전쟁에서 난민의 80% 이상은 여성과 어린이로 여성은 전쟁의 약탈 대상이었으며 여성에게 행해지는 강간과 구타·학대는 전쟁이 성폭력의 가장 극단적인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더 이상 전쟁으로 인한 폭력이 일어나지 않기를 원하며 그 폭력의 당사자인 여성과 소수자의 입장에서 전쟁에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인 김민혜정씨는 “사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출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아쉬움을 전하며 “먼저 출발하는 사람들이 촉매제가 돼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평화의 물꼬를 텃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지원연대 염창근 사무국장은 “정부가 한국군의 이라크 참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반전평화 운동은 더 이상 미국과 이라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라크 한국군 파병을 거부하고 전세계적 반전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