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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 농민의 목숨이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새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들어야합니다. 우리 여성농민들도 가만 있지 않을 거예요.”

14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 반대 전국농민대회에서 만난 김순옥(57)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몹시 노해 있었다. “그토록 농업개방 막겠다던 김대중 정부가 기어코 협정을 체결”했고, “노무현 당선자가 농업을 살릴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탓이다.

“농업은 농민의 생존권이자 경제, 농촌사회를 유지하는 원리”라는 김 회장은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농민 피해가 4조원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포도, 자두 등 우리 농산물의 절반값도 안되는 칠레산 과일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국내 과수농민들은 모두 파산할 게 뻔하다는 얘기다.

과수가 망하면 연쇄효과를 일으켜 쌀 같은 주요 작목도 쓰러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정부는 칠레와 협정을 체결해 생기는 피해액이 1년에 500억여 원이라고 밝혔다. 농협 등 관련단체가 산출한 피해액은 그러나 2∼4조 원을 넘나든다.

김 회장은 “정부가 내년엔 쌀값마저 내리려 한다”며 “올해 말 세계무역기구와의 협상에서 쌀까지 개방하려는 사대매국적 패배주의자들”이라고 정부를 거세게 비난했다. 지난해 쌀 생산비 가운데 토지임차료가 45%, 농자재비가 15%인 마당에 쌀농사 지어도 남는 게 없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정부가 식량주권, 사회복지 차원에서 농업과 농민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요구다. 모든 것이 열악한 농촌에서 여성들은 농사일과 살림살이를 도맡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가 농촌의 어려움을 잘 안다고 했다. 정말 알면 농업개방을 막아야 한다. 내 자식에게 농사를 가업으로 삼으라고 권할 수 있는 농촌을 만들어 달라.” 24일 2년 동안의 ‘아스팔트 농사’를 마치고 다시 논으로 돌아가는 김 회장의 바람이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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