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대한 신뢰 여부는
정부의 객관적인 성과보다는
이를 국민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있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새해 벽두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쇄신 의지가 강렬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각 부처 장관들의 자율적인 업무 추진과 책임과 성과를 강조하면서 책임 장관제 시행 의지를 내비쳤다. 책임 장관제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이른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식 접근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서상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체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성과가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아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둘째, 적극적인 대국민 소통과 홍보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정책과 제도의 목표는 국민 편익이다. 업무를 열심히 하고 묵묵히 실적을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반드시 국민 눈높이에서 편익을 설명하고, 성과를 홍보하여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는데 못지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셋째, 가짜 뉴스에 대한 단호한 대응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을 부당하게 또는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가짜뉴스 등의 허위정보가 제기됐을 때는 초기부터 국민께 적극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대통령의 구상과 의지를 젠더 이슈와 연계해서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정부 부처 장관들은 왜 불법촬영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편파 판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온 ‘불편한 용기’의 집회에 작년 5월부터 수십 만 명이 참여하고 있는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하다. 그래야만 대통령의 지적처럼 “부처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정책을 책임 있게 추진해서 국민들께 성과로 제시할 수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양성평등위원회가 작년 한 해 동안 국무총리와 당연직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출석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양성평등기본법’ 제11조에 따라 양성평등정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2015년 설치된 기구다. 성평등 사회의 실현과 기존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 부처 간 총괄 조정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로써의 기능을 해야 할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고 2번의 서면 회의로 대체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평등 관련 핵심 브랜드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최근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와 관련되어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대 남성과 20대 여성간의 지지율 격차가 젠더 갈등에서 초래됐다는 것이다. 최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 강연에서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남성들은)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남성들은 롤(LOL·온라인게임)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남성들이 불리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대통령이어서 남자들에게 인기 없다”, “정부 정책 기조에 20대 남자들의 수요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모든 설명과 주장은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가짜 뉴스다.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가 집필한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라는 책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권위주적인 통치, 정치적 부패, 언론의 정부에 대한 선정주의 보도 등이 국민의 정부 불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핵심은 “정부에 대한 신뢰 여부는 정부의 객관적인 성과보다는 이를 국민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성평등 국가가 이뤄지면 그 혜택은 여성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의 지적처럼 국무위원들은 물론 공직사회 전체가 비상한 각오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변화와 혁신의 주역이 돼야 한다. 이것이 실현될 때 국민들의 인식에 담대한 변화가 생겨 올해 실질적인 ‘성평등 국가 원년’ 구축을 위한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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