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폐지, 성매매 근절 등 여야 합의 관건

~9-1.jpg

◀여야 정치권이 공통공약 입법화를 합의한 가운데, 여성현안을 해결하는 지름길 역시 ‘입법’에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시위 장면. <사진·민원기 기자>

여야 정치권이 공통 대선공약을 입법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여성공약과 현안들도 입법으로 풀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여성관련 법률들도 하루빨리 처리하라는 지적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최근 정책위 의장 면담을 갖고 내용이 같은 대선공약을 이르면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으로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17일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만나 공통공약을 빨리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당은 입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대선공약을 추려 3월부터 본격 논의한 뒤,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입법으로 당장 풀 수 있는 여성관련 과제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호주제 폐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새 정부가 1년 안 폐지를 약속했고, 여성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에서도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정치권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호주제 폐지전략 너무 길다”

여성부가 호주제 폐지 전략을 세워놓긴 했지만 시간을 너무 길게 잡았다는 지적이다. 상반기 안에 실무기구를 만든다거나 사이버홍보-호적대안 마련-법률안 통과라는 3단계 전략이 홍보에 중점을 둔 탓에 재빠른 처리가 어렵다는 것.

물론 유림과 보수적인 중장년층 등 반대파들의 움직임을 무시할 순 없다. 일각에선 유림이 호주제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적인 ‘작업’을 정치권을 상대로 이미 시작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판이다. 여성계가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히지만 국회에 이미 호주제 폐지와 관련한 법률개정안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2001년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인천 남을)이 대표발의한 민법개정법률안이 그 것. 부인과 자녀에게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한 입적제도를 고치는 정도의 내용이지만 2년 가까이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호주승계제도를 없애고 1인1적제 같은 대안제도를 덧붙여 새 개정안을 만들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게 여성들의 판단이다. 여성단체들의 입법청원이나 다시 의원입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빨리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갖가지 형태의 성매매를 뿌리뽑는 것도 입법을 통해 가능하다. 지난해 민주당 조배숙 의원(비례대표) 대표발의로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에관한법률안’,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및방지에관한특별법안’ 등 2개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가정폭력특례법 개정 시급

성매매를 알선한 이를 처벌하고 피해 여성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둔 법안이고 공감대도 이미 얻은 만큼, 여야가 합의만 하면 당장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울러 성폭력특별법을 고쳐 친고죄를 없애고, 총리실 아래 성매매방지종합대책기구를 두는 것도 이참에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밖에 성폭력 피해자 인권보호를 뼈대로 한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개정안’, 청소년 성매매 사범의 처벌을 강화한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개정안’도 정무위와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어 처리가 급하다.

최근 큰 사회문제로 불거진 가정폭력도 국회에서 막을 방법이 있다. 지난해말 피해 어린이의 전학 등 비밀엄수 규정 등을 신설한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 개정됐지만, 신고의무자 범위를 당사자 말고도 119대원이나 이웃까지 늘리는 것 등을 새로 넣자는 의견이 많다. 이 역시 여야 합의로 당장 고칠 수 있는 대목이다.

남녀차별 철폐도 새 정부가 내놓은 중요한 공약.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남녀차별 사례에 대해 시정권고만을 명시한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을 고쳐, 시정조치에 따르지 않는 이를 엄하게 처벌하자는 여성계 요구를 받아들인 것. 관련법안은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부산 사하갑) 대표발의로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올라 있다. 가족간호휴직, 부부공동재산제 도입을 뼈대로 여성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평등가족기본법’도 노 당선자가 내건 굵직한 약속 가운데 하나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