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기억하는 한 이 길을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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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카트린느 장틸은 스물네 살 나이로 프랑스 제1방송(TF1) 국제부에 들어갔다. 그때도 중동지역은 전쟁터였다. 특파원이 모자랐다. 그래서 그녀가 ‘대타’로 투입됐다. 전쟁에 관한 소식을 여기자들이 다루게 되면 기사의 ‘무게가 떨어져서’ 안된다고 했던 보도국장의 말을 뒤로 하고. 그렇게 해서 그녀는 10년 넘는 아랍 전문 특파원 노릇을 했다. 이 책은 그 기억 혹은 기록이다. 그렇다고 딱딱한 전쟁 이야기나 젠 체하는 보도내용은 아닐까 걱정할 건 없다. 유머러스한 다큐멘터리라고나 할까?

카트린느 장틸/ 갑인미디어/ 8,000원

천 개의 거울 - 김용희의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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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가 본 분석적 영화평이다. 전작 <기호는 힘이 세다>로 일찍이 문화평론집을 낸 바 있는 저자는 이번에도 칼칼하다. 시종일관 이런 식. “<결혼은, 미친짓이다>는 근대의 삶에서 나타나는 일상과 탈일상, 인공성과 낭만성, 매체와 나르시시즘을 보여준다”거나 “<나쁜 남자>의 진정한 비극성은 그 폭력의 섬뜩함에 있다기보다 점점 고착화되고 광기 어린 성권력적 위계에 있다. 이것이 바로 폭력의 본질이다.” 다만 줄거리를 너무 시시콜콜 알려줘서 영화를 보지 않은 이라면 김 빠지니 조심하라.

김용희/ 생각의 나무/ 12,000원

여성을 위한 협상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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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여성들의 공통점은? 매사에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책 저자의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온갖 협상 방법을 일러준다. 사업은 기본이고 남자친구, 서너 살 아이와도 협상은 유효하다. 팁 하나. 남자친구와 성공적으로 협상하고 싶다면? 세 가지 비결이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를 하고, 그리고 언제든지 떠날 각오를 하라. 자신감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자질이다.

리 밀러, 제시카 밀러/ 연우출판사/ 11,000원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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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이다. 그렇다고 지레 질리지 말라. 우리나라에 쌔고 쌘 ‘이름만 자서전’ 류가 결코 아니다. 그리고 재밌다. 신파조가 아니고 발랄하다. 한 번 잡으면 끝장이다. 저자는 프랑스 최초 여성 시나리오 작가, 감독, 신문사 편집장, 여성 장관, 베스트셀러 전기작가였다. 얼마 전 86세로 생을 떠나기까지. 따라서 자서전이 곧 프랑스 현대사다. 앙드레 말로, 자크 라캉, 드골 등등 유명인사들 이름이 옆집 누구처럼 자연스럽게 언급된다. 스물다섯 살 아들이 스키 타다 죽은 일, 그 아들을 미혼모로 낳은 일부터 신문사를 거쳐 여성부 장관까지. 그녀는 말한다. ”삶은 나를 투쟁하는 동물로 만들었다.”

프랑수아 지루/ 열림원/ 7,800원

이덕일의 여인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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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기로 사도 세자가 죽은 사연은 간단하다. 미친 영조가 미친 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것. 모두 사도세자빈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 때문이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사도세자의 죽음 뒤엔 혜경궁 홍씨가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진실 찾기 여인 열전이다.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하고 아들을 도와 백제를 건국한 소서노, 가야제국의 공동 시조 허황후, 고려의 공녀로 떠나 원라를 지배한 여제가 된 기황후, 음녀로 알고 있으나 실은 신라시대 뛰어난 성군이었던 진성여왕 등등. 왜곡되거나 덮어진 역사속 여성의 복원이다.

이덕일/ 김영사/ 17,900원

연애, 그 유혹과 욕망의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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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에 나온 브리지트 바르도를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먼저 영화 <깜찍한 여자>의 양갓집 얌전한 처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맨발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춤을 추는 그녀는 관능의 화신이었다. 바티칸은 대번에 그 장면을 고발했다. 고발 사유? “모든 악과 음탕함과 악마와 사치의 과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다. “전부.... 하지만 그것만은 빼고”인 ‘가벼운 연애’ 정도에 해당하는 ‘플래르트(Flirt)’에 대한 사회 변천사다. 문학부터 영화까지 모든 게 동원됐다. 근대 소설이나 영화 속 연애 다이제스트.

파비엔 카스타 로자/ 수수꽃다리/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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