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화진흥원 산하 손말이음센터
중계사 직접고용 놓고 논란 이어져
전체 34명 중 18명만 직접고용

시위 중인 손말이음센터 해고 노동자들 ⓒ황소라
시위 중인 손말이음센터 해고 노동자들 ⓒ황소라

청각장애인 강상아씨는 지난 1일 카드사에 문의 전화를 하기 위해 평소처럼 ‘107 손말이음센터’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접속을 할 수가 없었다. 107 손말이음센터는 전화 통화가 어려운 언어·청각 장애인을 위해 24시간 운영하는 실시간 수어‧문자 중계통역서비스 제공 기관이다. 장애인이 문자, 영상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통신중계사가 중간에서 그들의 의사표현을 상대방에 전달해준다. 병원 진료 예약부터 가족과의 연락까지 전화로 해결해야 하는 업무를 대신해준다. 하지만 이날 평소와 달리 접속이 되지 않아 강씨는 결국 카드사에 연락을 할 수 없었다. 107 손말이음센터 서비스를 받지 못한 사람은 강씨만이 아니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산하 손말이음센터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한 통신중계사를 둘러싸고 고용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직접고용 전환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탈락하면서 이 과정에서 손말이음센터 중계통역서비스에 차질이 생겨 농인과 청각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손말이음센터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2017년 6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원청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그 결과, 손말이음센터의 중계사 노동자는 올해 1월 1일부터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내부규정상의 채용절차 관례를 들어 3단계 전환시험을 요구했다. 3단계 전환시험은 △중계사 역량시험 △외부전문가 평가 △임직원 면접 순으로 진행됐다. 과정 중 중계사들은 계약직 소속 회사인 KTcs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요구받고 이에 응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12월 28일 개별 문자로 중계사들에 해고를 통보했다. 34명의 중계사 중 직접고용 전환자는 18명뿐이었다. 중계사들은 업무와 관련 없는 질문이 오간 임직원 면접과 사직서 제출을 요구한 KTcs의 처사에 부당함을 제기 했다.

이 과정에서 1일부터 손말이음센터에는 18명의 중계사만이 근무하게 돼 중계통역서비스에 차질이 생겼다. 손말이음센터 사태를 알게 된 농인, 청각장애인들은 청와대 청원을 올리고 SNS에 사건에 대해 공유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섰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성명서에서 “한국농아인협회는 수어통역 중계사가 충원되지 않아 농인(청각‧언어장애인)의 불편함과 권익침해로 이어질 것을 심히 우려하며, 조속한 센터 운영의 정상화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6일 해명자료를 내고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의 전원 고용승계 주장은 또 다른 채용특혜 요구”라고 못 박았다. 합의된 절차에 따라 엄격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를 진행했으며 통신중계사에 KTCS 사표제출을 요구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설명회 개최, 문자 안내 등 전형에 대한 사전 통지에 충실했다고 해명했다.

황소라 지회장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1차와 2차 시험 결과는 모두 납득한다. 3차 임직원면접에서 업무와 관련 없는 질문들로 개인의 문제를 업무역량으로 문제화 시킨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KTcs와 진흥원은 장기적으로 용역 계약관계를 체결해왔다. 또 우리 이전에 다른 영역에서 계약직 직접고용 전환이 있었다. 경험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양쪽이 알고 있었으리라 본다.”며 “손말이음센터 서비스는 농인, 청각장애인들의 생명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 빨리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진흥원은 중계사들의 KTcs 사직서 제출 여부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대응인원 축소와 서비스 불능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 인원이 평상시에도 부족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직접 고용은 센터 운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14일,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이 손말이음센터 해고 노동자 기자회견을 앞두고 대화 의사를 밝혀 16일 해고 사태에 대해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