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출범, 여성할당제 시행 등 지난 5년간 김대중 정부의 여성정책은 큰 틀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실행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고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애초 기대만큼 여성정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성과

▲여성정책 제도적 기틀 마련 자체 법과 행정력을 갖춘 여성부의 출범은 김대중 정부 여성정책 최대의 성과다. 이에 앞서 98년 출범 초기 6개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을 신설했고 국가차원으로 최초의 여성정책종합계획인 ‘제1차 여성정책기본계획(1998~2002)’을 수립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여성정책조정회의 신설 및 여성정책책임관 제도가 도입됐다.

▲남녀차별적인 법과 제도 개선 1999년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우리 사회 곳곳에 관행처럼 번져있는 남녀차별사항을 시정하고 남녀평등의식을 확산시켰다. 특히 고용평등법 3차 개정에서 성희롱의 내용을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정부와 기업 내 예방교육을 실시해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을 크게 높였다. 이와 함께 35개 기관에서 771건의 남녀차별국가법령 및 지방자치법규를 정비했다.

▲여성의 공직진출 확대 96년부터 시행되어온 공무원여성채용목표제를 99년 9급까지 확대 실시했고 지난해 적용시한이 만료된 이 제도를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전환, 2007년까지 시행할 계획이다. 또 현재 4.8%에 불과한 5급 이상 관리직 여성비율을 2006년까지 10%로 높이기 위한 여성관리직 임용확대 5개년계획을 수립했다. 2001년에는 전체 공무원 가운데 여성이 32.8%를 차지했으며 2002년에는 첫 여성장군이 탄생했다. 2002년 정당법 등 정치관련법 개정으로 시·도의회 의원 비례대표자후보에 여성 50% 할당제가 도입됐다.

▲여성인적자원 개발과 활용 2001년 모성보호 관련법을 개정해 60일이던 출산휴가를 90일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급여 20만원을 매달 지급하도록 했다. 99년 9월부터 농어촌 지역 저소득층 만5세아의 무상보육을 실시해오다 지난해 전국 저소득층으로 확대했다. 2002년 ‘여성 인적자원의 활용제고’ 시행계획 수립과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여성인력 개발과 활용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여성의 권익과 인권 보호를 위해 ‘성매매 방지 종합대책’과 가정폭력 및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과 ‘여성농업업인육성법’을 제정했다. 국제협력과 남북한 교류에서 여성의 주도적인 활동을 위해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트대회를 개최하는 등 김대중 정부는 5년간 꾸준히 법 제도의 기틀을 만드는 방향으로 여성정책을 전개했다.

15대 대선 여성공약 제대로 이행 못해

호주제 폐지 등 과제 새 정부에 남겨져

한계

여성정책 실현을 위한 기본적인 법과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질적인 운영의 문제와 한계가 많았다. 여성부가 아동촵노인복지 등 가족정책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기구의 성격을 갖추지 못한 점과 15대 대선에서 이미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호주제 폐지를 실현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또한 여러 차례 정당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지방의회 여성의원 비율은 여전히 각각 6.2%(2000년 16대), 9.2%(2002년 6.13선거)에 머물러 여성의 정치참여 요구는 새 정부에서도 거세게 이어질 것이다.

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정책실장은 “구시대 폐습인 호주제, 여성폭력의 가장 극악한 형태인 성매매, 비정규직 확산에 따른 여성 빈곤의 가속화”를 김대중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여성문제로 꼽았다. 특히 호주제가 폐지되지 못한 것은 “국민들의 생활 및 의식 변화에 비해 가부장제 의식에 매몰되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정치인과 관료집단의 무심함 때문”이라고 하면서 “김대중 정권의 한계가 곧바로 노무현 정권 하 여성정책 과제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여성개발원 박영란 연구위원 역시 “여성부 출범으로 성폭력 등 여성문제가 여성부로 이관돼 예산과 정책이 확대된 점은 의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모성보호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는 것처럼 아직까지 여성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김대중 정부의 여성정책이나 제도가 “시작의 시점에 있어서 아직 현장의 어려움이 많다”며 “법 제도화된 여성정책을 이제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새 정부에 남겨진 과제”라고 밝혔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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