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동정하지 마시라구요?

순진하다는 말을 들으면 당황스럽다. 구태여 사전적인 의미를 들춰보지 않아도 이 나이에 순진하다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기 때문일 것이다. 용인에 와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많이 듣는 말이다. 나이에 비해 지혜롭지 못한 것일까, 새삼스레 모든 잣대가 흔들리는 걸 느낀다.

할머니들이 아파트 입구나 시장 입구에서 손바닥만한 좌판을 벌여 놓고 장사하는 풍경이 우리 수지에도 있어서 지날 때마다 감상에 젖곤 한다. 인생의 굴곡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겹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애처로운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날 때도 있다. 푸성귀를 파는 할머니들의 좌판을 보면서 ‘다음에 꼭 팔아 드려야지’ 생각했다.

텃밭에서 가족들과 먹으려고 가꿨거나, 운동 삼아 들이나 산에서 캐 온 것들이니 얼마나 좋은 재료일까. 용돈을 벌충할 양으로 나온 분들이겠지 설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나오셨을까. 편한 대로 생각한 게 오산이었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그 할머니들 좌판은 어떡하라고 꽃길을 만든다구요?”

할머니들이 인도에 좌판을 펴놓아서 통행할 때마다 거치적거려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더 큰 문제는 트럭으로 장사하는 사람들까지 합세해 교통까지 엉켜 붙고, 도시 미관에도 좋지 않으니 하루빨리 정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사람들만 단속하면 되지, 할머니들까지 쫓아낼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불쌍하잖아요. 소일 삼아 나온 분들도 있겠지만….” 하루 벌어 연명하는 할머니들이면 정말 야속하지 않을까. 인근 재래시장에서 못마땅해 하는 모양인데 그 할머니들이 팔면 뭐 얼마나 판다고.

“순진하긴, 수지 사람들 다 아는 사실인데.”

“?”

“아, 그 할머니들이 다들 96평 아파트에 산다니까요.”

뿐만 아니라 그 좌판의 푸성귀들은 모두 가락시장 같은 데서 사다가 파는 것들이란다. 그러니까 전문적으로 장사를 하는 거지, 심심풀이로 나온 건 아니란다.

“설마∼. 한두 명이겠지요?”

“아니라니깐, 아침마다 아들이나 며느리가 최고급 승용차로 모셔다 드린다니까.”

비싼 차로 출퇴근을 할 정도인데 뭐가 걱정이냐는 거다. 그러니까 괜히 알지도 못하면서 섣부르게 동정하지 말라는 말이다. 9.6평이 아니라 96평이란다.

“비싼 차 구경하고 싶으면 아침에 그 앞에서 보구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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