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은 수건이 없어진다?
자유롭게 쓰는 남탕과 대조
광화문·홍대입구 일대 목욕탕 업주에 물어봤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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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중목욕탕에 갔는데 낯선 풍경을 봤습니다. 목욕탕 업주가 매표 창구에서 여자 고객들에게는 수건을 두 장을 따로 주는 것이었습니다. 욕장에서 자유롭게 수건을 쓰는 남자와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2개만 준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남탕과 여탕 사이에는 차이가 많았습니다. 남탕에는 샤워 타월이 비치돼 있고 치약을 자유롭게 쓰지만 여탕은 샤워 타월이 없거나 치약이 끈에 묶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탕에서는 헤어드라이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반면, 여탕에서는 동전을 넣어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전 기사를 찾아보니 한 시민이 기고한 글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 전남 목포 시내의 한 목욕탕에 수건과 비누 없이 갔다. 입장료를 내고 표 파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남자 손님에게는 수건을 공짜로 사용하도록 하지만 여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했고, 비누도 마찬가지였다. (중략) 겨우 수건은 구했으나 비누는 200원을 주고 1회용을 살 수밖에 없었다.”(한겨레 1998년 10월 27일자)

2000년에는 지방의 한 온천에 간 여성이 남성에게는 수건을 주면서 여자 손님에게는 수건을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남녀 차별이라며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목욕탕의 풍경은 어떤지 광화문 일대와 홍대 주변 목욕탕 8군데 업주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8군데 목욕탕 모두 여자들에게는 기본으로 수건 2장만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찜질방을 이용할 경우에는 3~4장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공통적으로 돌아오는 대답은 “여자들은 수건을 너무 많이 쓸 수 있기 때문”이였습니다.

남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머리카락이 길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많이 쓴다는 의견이 있었고 특별한 이유 없이 여자들이 많이 쓰기 때문에 감당이 안 된다고 답변한 업주도 있었습니다. 여자들이 수건을 집에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 업주도 있었습니다. 서대문구에서 16년째 목욕탕을 운영한다는 한 업주는 “근처 식당에서 우리 목욕탕 마크가 새겨진 수건을 본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수건을 덜 준다고 불만을 나타내는 여자 손님은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수건을 더 달라고 한다면 더 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 업주는 “요새는 남자들도 수건을 많이 쓰기 때문에 남자들에게도 두 장만 제공해야 된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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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건이 없어지는 게 모두 여탕에서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여자들이 많이 가져간다는 공식적인 통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종로에 위치한 한 남성 전용 목욕탕 업주는 “여기도 수건을 가져가는 분이 있다. 집에서 걸레로 쓰려고 가져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여탕과 남탕에 상관없이 수건은 조금씩 없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자 기자인 제가 업주들에게 들은 것 중 가장 신기(?)했던 건 여탕에는 치약이나 로션 뚜껑을 놔두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뚜껑을 놔두면 치약이나 로션 뚜껑을 닫은 뒤 가져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종로구의 한 업주는 3년 전에 플라스틱 통에 로션을 담아가는 손님을 본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기 위해 100원이 필요하다는 곳도 한 군데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헤어드라이어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손님이 많다는 이유였습니다. 샤워타월은 절반인 4군데에서 비치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 손님들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업주들은 말했습니다. 위생상태를 중요하게 여겨서 그런지 집에서 가져와서 쓰는 손님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목욕탕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결론은 이것이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녀를 가리지 않고 수건이든, 치약이든, 적당히 사용하는 상식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참! 수건은 집에 가져가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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