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 친구랑 성미산 갔다가 울었다고요 / 성미산이 아파하고 있어요 / 생물이라고요. 살아있는 거예요! / 우리는! 성미산을 절대로 포기 못해요 / 성미산은 우리의 생명이예요 / 사람들에게 더 이상 상처주지 마세요 / 자연파괴는 곧 죽음의 길이에요〉

성서초등학교 6학년 한 어린이가 ‘제발 성미산을 살려주세요’란 제목으로 서울시장에게 보낸 글이다.

~29-1.jpg

◀튼튼어린이집에 다니는 다섯살 용찬이는 예전처럼 성미산에서 맘껏 노는 게 꿈이다.

<사진·민원기 기자>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성미산의 환경 문제가 거론된 것은 지난 2001년 7월부터다. 서울시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가 성미산에 상수도 배수지를, 성미산 3만여 평 중 2만 평을 소유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재단인 한양학원은 아파트 4백20세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부터다. 개발계획 발표 직후 21개 지역 주민모임이 자발적으로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위원장 김종호)를 구성해 2년 가까이 반대 투쟁을 벌여왔으며, 2001년 10월경에는 두 달 만에 2만여 명의 반대서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9일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서울시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성미산 정상에 있는 나무 1천여 그루를 기습적으로 베었다. 그 동안 활동을 해왔던 성미산대책위(위원장 김종호)는 주민들을 긴급히 소집, 명절도 반납한 채 성미산에서 천막 농성과 촛불 농성을 벌여왔다.

대책위는 지난달 19일에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서울 시청 앞에서 서울시 규탄 집회와 퍼포먼스를 했으며, 이달 2일 성미산 대청소촵9일 지역주민 집회 및 홍보전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반면, 서울시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마포구 주민들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성미산은 1993년 공원조성 계획이 수립된 후 매일 1천여 명 이상의 주민들이 이용하는 도심에선 보기 드문 ‘귀중한 생태 공원’이다.

특히 한강 주변에서 먹이를 구하는 붉은 배새매 등 맹조류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한강에 인접한 유일한 숲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이 산이 파괴된다면 맹조류의 서식지가 없어지며 그나마도 존재하는 한강의 생태계를 흔들어 놓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성미산에는 현재 천연기념물인 소쩍새와 붉은 배새매 2종, 서울시 보호종인 꾀꼬리, 박새, 오색딱다구리 3종, 철새 3종, 텃새 6종 등과 식물로는 목본식물 33종, 초본식물 60종이 서식하고 있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