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비율 20~30%, 남성중심 조직문화 벗어나

‘부드러운 것이 힘이다.’ 여성의 섬세함이 곧 능력인 산업이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그렇다. 이 업계는 다른 산업보다 여성 인력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여성 관리직도 다른 분야보다 월등히 많다. 왜일까?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그 열쇠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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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업계는 여성 비율이 20~30%를 넘으며 여성 관리직도 다른 산업보다 많다. 사진은 안철수 연구소 여직원들이 모여있는 모습. <사진·이기태 기자>

‘꼼꼼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업체가 원하는 인재 모습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대목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집중력이 높고 참을성도 많기 때문에 일을 빨리 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아요.” 전사적 자원관리(ERP) 개발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배영화 과장이 말하는 소프트웨어 업계가 여성을 원하는 이유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는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게 최선이에요. 여성은 감성이 발달해서 고객 대응을 잘하기 때문에 손님들도 은근히 여성이 상담해 주기를 바라죠.” 소프트웨어 업계에서의 고객지원은 전화만 받는 콜센터와 다르다. 기술을 아는 것이 기본이다. 사이버 가수 ‘아담’으로 잘 알려진 ‘아담소프트’ 박나나 대리도 같은 생각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예외상황’을 잡아내는 게 중요해요. 상품으로 내놓기 전에 가장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이죠. 잡아내는 데는 여자가 강해요. 섬세하잖아요.” 그것뿐일까. “컴퓨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내가 한 만큼만 보여줄 뿐이에요.” 박나나 대리의 경험담이다. 하우리 김선희 팀장도 “소프트웨어 디자인에서도 여성의 감각이 잘 나타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 만큼 평가받을 때 무척 당당해”진다.

게임 하기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게임 업체에서 일하는 여성도 늘었다. 이들은 대체로 게임을 좋아한다. 엔씨소프트 정은주 대리는 “소프트웨어는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게임 쪽은 더 그렇죠. 내가 만든 제품을 일반 소비자들이 쓰기 때문에 일반 소프트웨어보다 개발하는 재미가 더하다”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본 자질은 갖춘 것이므로 무리 없이 도전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보통신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전체의 35∼40%를 넘나들며 그 가운데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는 여성은 9∼10% 수준. 1997년의 6.6%에서 꾸준하게 늘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영옥 교수는 “정보통신기술의 특성상 물리적 힘·기능보다는 창의력과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므로 여성들의 경험이 바탕이 된 창의성과 기술은 새로운 사회로 진입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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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짧아 오히려 평등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여성 관리직이 많다. 대리, 팀장, 과장, 부장 직책을 달고 있는 여성은 흔히 볼 수 있는 일. 나모인터렉티브, 안철수연구소, 엔씨소프트 등 소프트웨어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는 물론이고 중소 업체들도 여성 비율이 20∼30%를 넘는다. 관리직도 마찬가지다. 직원 267명 중 여성 관리자가 11.5%인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과장으로 승진한 8명 가운데 3명이 여자였고, 엔씨소프트도 여성 과장과 부장이 전체 관리직의 20%를 가뿐하게 넘는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업계에서 5∼10년 이상 일해온 선배들의 경험이 잘 말해준다. 안철수연구소 진윤정 팀장은 “국내 소프트웨어는 역사가 15년 안팎이기에 이미 있는 문화의 영향을 덜 받아 여성 차별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남성은 지위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여성은 정도를 갈 뿐 권력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

이런 성격은 여성이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팀장으로 승진한 김선희씨의 경우 팀원 가운데 두 번째로 나이가 어리지만 ‘능력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나모 인터렉티브 한보혜 과장은 “소프트웨어는 영업이나 마케팅을 푸는 방식이 일반 업체와 달라서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제약이 별로 없다”며 “소프트웨어가 패키지 중심에서 벗어나 복합 서비스로 자리잡으면 기술력과 아이디어만으로 무한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며 여성들에게 추천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다방면 공부 ‘기본’

여성이 제대로 대우받는 곳이라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에 걸맞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 박나나 대리는 “여성들은 아직도 시키는 일에 익숙하죠.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크려면 가르쳐주지 않은 것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진윤정 팀장은 “내가 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업체에 다니는 선배의 조언을 듣거나 스스로 찾아야 해요. 컴퓨터도 고치는 정도는 기본”이라고 제시했다. 공부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회사에 다니면서 전산교육대학원을 마친 배영화 과장은 “개발자도 관리, 회계 등 실무를 잘 알아야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요. 어느 부서에 있든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며 “소프트웨어 언어가 대부분 영어니까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라”고 주문했다. IT업계에 10년을 몸담은 한보혜 팀장도 한 마디 던진다. “이공계가 아니어도 개발직에 도전할 수 있어요. 소프트웨어 기술은 2∼3년에 한번씩 바뀌니까 지금 잘 모른다고 어려워할 필요 없어요. 꾸준히 신기술을 공부하겠다는 마음만 갖고 있으면 되죠. 마케팅 쪽에 관심이 있다면 소프트웨어용 마케팅 서적들을 공부하는 것도 좋구요.”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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