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 여성삶도 바뀔까
주5일 근무, 여성삶도 바뀔까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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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의 현실로 성큼 다가온 주5일 근무제. 본지는 주5일 근무에 따른 가정과 삶의 질 변화에 여성이 주체적으로 바꿔나가자는 취지로 한국여가촵문화학회와 공동 기획으로 범사회적인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주5일 근무에 따른 가정, 소비생활의 변화와 그에 대한 바람직한 여가문화를 5회에 걸친 시리즈를 통해 제시한다. <편집자 주>

회사원 주광호(37촵서울 연희동) 씨는 지난 1일 초등학생 딸과 서대문에 위치한 안산을 샅샅이 뒤졌다. 눈과 흙더미에 숨겨진 새싹과 비쩍 마른 나무가지에서 살짝 고개를 내민 싹눈을 관찰하며 그 내용을 수첩에 깨알같이 적어나갔다. 주씨는 늘어난 휴일 이틀 중 하루는 아이와 함께 자연학습, 박물관 탐방 등 ‘자연 학습의 날’로 정했다.

주씨는 “올해부터 시작한 주5일 근무로 휴일이 늘어나 처음엔 놀이공원, 나들이 등 여기저기 다녔다. 그러나 너무 피곤하고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달부터 아이를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며 시원스레 웃는다.

은행원 김연희(27) 씨는 지난 주말 그 동안 망설였던 아동 보호시설을 찾았다. 김씨는 “직장동료들은 주말 동안 학원이나 레포츠 등 자신을 위해 다양하게 투자하지만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며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오히려 업무 스트레스도 풀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한다.

부부관계는 돈독해지지만…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휴일을 알차게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 황금 같은 주말이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생활과 사고의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한국여가·문화학회 총무 김정운(명지대 여가정보학) 교수는 “국내의 주5일 근무는 논의 시작부터 노동을 중심으로 생산력과 관련된 내용 일색이다”며 “삶의 질 변화에 대한 구체적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주5일 근무가 나오게 된 사회촵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송호대학 윤소영(37) 교수 역시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 향상은 결국 가족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가정 중심적인 여가활동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주5일 근무에 대한 논의는 노동자와 고용주의 관계, 소득감소의 문제, 소비 트랜드 변화나 여가문화산업의 성장 등에만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여가·문화학회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이 가족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경제적인 소득과 지출구조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가정내 부부의 역할분담과 가사노동 시간량에 변화가 있는지, 개인적인 여가활동과 가족여가활동의 내용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10월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회사의 남편 182명과 아내 182명을 대상으로 가족관계, 경제생활, 가사노동, 여가활동의 변화에 대해 면접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 시행이 남편(57.1%)과 아내(65.9%) 모두에게 가족관계를 개선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고됐다. 한편, 부정적인 변화로는 남편(54.4%)과 아내(43.4%) 모두 소비의 증가를 제시했다. 특히, 아내들은 가족들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내 역할 부담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27.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관계에서는 부부관계가 더 돈독해졌다는 응답이 남편은 74.7%, 아내는 76.4%로 큰 변화가 없다거나 갈등이 심해지거나 소원해졌다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부모자녀 관계의 변화에서는 남편(79.6%)과 아내(70.9%) 모두 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으며,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생각은 남편(18.8%) 보다 아내(27.5%)가 더 많이 했다.

노인소외는 오히려 많아져

가족관계를 보면 부부간의 대화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남편은 80.2%, 아내는 73.6%다. 그러나 조부모나 다른 확대가족 및 친지들과의 방문이나 교제횟수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가족내 노인세대들의 소외문제가 새롭게 제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편들의 소득이 감소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가정이 75%고, 줄었다고 응답한 가정은 24%로 한달 평균 16만1560원의 소득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가사노동을 보면 남편은 스스로 가사노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아내들은 자신의 가사노동이 예전과 비교해 일부 줄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가사노동에 참여한 시간량을 보면, 남편의 경우 하루 평균 평일 37분, 토요일 약 1시간 22분, 일요일 약 1시간 35분 정도다.

반면 아내들은 평일 약 4시간 7분, 토요일 약 4시간 33분, 일요일 약 4시간 42분으로 주5일 근무 실시 이전과 이후 별 차이 없이 여전히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이 많았다.

주5일 근무제 실시로 늘어난 주말 동안 남편과 아내는 자녀와 함께 지내거나 쇼핑하거나 외식하는 활동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소영 교수는 “다양한 가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공부나 취미생활도 본격적으로 해봄직하다”고 권한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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