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와이프'

‘더 와이프’의 한 장면. ⓒ(주)팝엔터테인먼트
‘더 와이프’의 한 장면. ⓒ(주)팝엔터테인먼트

1992년 소설가 조셉 캐슬먼(조나단 프라이스)과 그의 아내 조안 캐슬먼(글렌 클로즈)은 한 통의 전화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른 아침 마침내 전화벨이 울린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어요.” 조셉과 조안은 침대에서 손을 잡고 뛰면서 기뻐한다.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조셉은 “이 여자가 없다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며 조안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집안의 남성 가장이 한 평생 자신에게 헌신한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셉의 저 한마디에는 숨은 진실이 있다.

한 여성의 불행이 드러날수록 마음은 무거워진다. 2월 27일 개봉하는 ‘더 와이프’(감독 비욘 룬게)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셉과 그의 아내 조안의 비밀을 그렸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 인물의 성공담이나 아내의 헌신을 그렸을 것 같지만 이 작품은 그 이면을 비춘다. 조셉은 착실하게 살아온 소설가처럼 보이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해도 바람기는 여전하다. 그런 조셉 뒤에서 조안은 한평생 묵묵히 내조를 해왔다. 분노를 조금씩 마음 한편에 쌓은 채 말이다. 조셉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조안의 안색은 밝지 않다. 조안은 조셉과 조금씩 멀어진다.

‘더 와이프’의 한 장면. ⓒ(주)팝엔터테인먼트
‘더 와이프’의 한 장면. ⓒ(주)팝엔터테인먼트

조안은 ‘성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소설가를 꿈꿨던 조안은 당시 대학 지도교수이던 조셉과 사랑에 빠진다. 조셉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조안은 소설가로서 경력을 쌓을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꿈을 접는다. 남성 중심 문단을 이루던 1950~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이 준 두려움 때문이다.  모험에 뛰어들 용기가 없었던 조안은 사랑이라는 안정을 택한다. 대신 조셉이 쓴 소설을 옆에서 보조한다.

그렇게 ‘킹 메이커’로서 역할을 다하지만 조셉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순간 밀려오는 그 공허함은 이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영화는 조안이 한 평생 겪었을 그 숱한 모진 감정들을 마치 시한폭탄이 터지듯이 응축해 놓았다가 한 번에 터뜨린다.

조안을 연기한 글렌 클로즈의 묵직한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 효과는 상당하다. 부드러운 인상을 지녔지만 얼굴 한편에 외로움을 안고 있는 표정은 영화를 보는 내내 잊기 힘들다. 클로즈는 이 작품으로 2019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03년 출간된 메그 울리처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해 스크린으로 옮겼다. 원작에서는 조셉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을 받는 것으로 나왔지만 영화에서는 노벨문학상으로 바꿔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100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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