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유튜버들
가학-선정 음란 방송
인터넷 유해 콘텐츠 차단
실효성에 의문
불법음란물 차단위한
SNI도입 '검열 논란'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A(39)씨는 얼마 전 자녀의 휴대전화를 보다 깜짝 놀랐다. 유튜브에서 딸이 구독자로 신청된 영상을 보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야기들이 난무했다. “왜 이런 방송을 시청하느냐”고 혼냈지만 딸은 “친구들도 다 좋아하는 유튜버”라며 “개그맨보다 인기가 많다”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A씨는 “댓글을 보면 어린 아이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냥 놔둬도 되는지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야흐로 인터넷 1인 방송시대다. 동영상 플랫폼에 가입하면 누구나 1인 방송인이 될 수 있다. 휴대전화로도 누구나 간편히 방송을 내보낼 수 있어 사용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독자가 많을수록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8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희망직업에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5위로 처음 등장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청소년의 26.7%가 인터넷 1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최근 발표한 ‘어린이·청소년 인터넷 개인방송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인터넷 개인방송 시간은 1일 평균 2시간에 달하며, 주로 유튜브를 통해 게임 방송을 즐겨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스스로가 인터넷 방송의 비속어 등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하거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력만큼이나 부작용 역시 심각하다. 유튜브는 구독자 수와 조회 수에 따라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아프리카TV는 시청자로부터 ‘별풍선’을 받으면서 수익을 올린다. 높은 수익을 위해 시청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자극적인 내용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미성년자에게도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콘텐츠가 버젓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명 ‘벗방’(벗는 방송), ‘흑방’(화면은 가리고 성행위와 비슷한 음성만 송출하는 방송) 등의 음란방송은 갈수록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방심위에 따르면 2015년 개인 인터넷 방송 심의건수는 2015년 257건에서 2018년 718건으로 180%가량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2018년 82건의 제재 가운데 78건이 ‘음란물’에 대한 내용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 정보통신 콘텐츠로 분류돼 방심위는 강제력 없는 시정요구 권한만 갖고 있다. 모니터 인력조차 열 명 남짓에 불과하다. 심각한 사안으로 여겨질 경우에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기도 하지만, 최근 3년간 총 네 번에 그쳤다.

문제는 규제를 받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방송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한 1인 방송 진행자는 다시 복귀해 방송을 진행 중이다. 음란물로 10번 이상의 제재를 받으며 방송 정지를 당했던 진행자 또한 보란 듯이 복귀했다.  

플랫폼의 책임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처벌은 미비하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745건을 적절히 차단하지 않아 7천여 명에게 배포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법원은 법령 위반은 인정되지만 이 전 대표가 이 사건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유튜브는 지난달 소아성애자들의 선정적 동영상 공유에 이용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한 유튜브 진행자가 추천 알고리즘에 선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장면이 언제 나오는지 댓글을 통해 알려주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폭로했고, 유명 기업들이 줄줄이 유튜브 광고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유튜브는 “소아성애자들이 어린 소녀들의 동영상을 쉽게 찾도록 해주는 결함을 수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계정과 채널을 삭제하고 불법 행위를 당국에 신고하는 한편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수천만 건의 동영상에 댓글을 다는 것을 차단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했다”고 발 빠르게 대응했다.

정부는 음란물이나 불법 도박 정보 등이 유통되는 해외 유해 사이트를 더 철저히 차단하겠다며 ‘SNI 차단’ 방식을 도입했지만, 지나친 검열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SNI는 불법 정보 보안 접속 인증 과정에서 노출되는 사이트 이름을 등록해 불법 사이트 여부를 파악하고 차단하는 방식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SNI 방식으로 해외 유해·불법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정부 조치를 반대하는 서명이 20만 명을 넘겼다. 정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불법 사이트로 지정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반대 목소리의 핵심이다. 

방심위는 올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성범죄·음란물 등을 감시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불법촬영물의 DNA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DB)로 관리하는 등 신기술 도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또한 국민이 직접 심의에 참여하는 ‘국민 참여 심의제’를 제정해 시범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장묵 남서울대 빅데이터산업보안학과 교수는 1인 방송의 폐해에 대해 “집단지성과 전문가 시스템의 갈등”이라며 “방송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분들의 자발적 참여는 그 품질과 신뢰가 들쑥날쑥하다. 미디어 식별 능력 교육이나 기술적인 잠금 장치를 충분하게 개발하고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법에만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라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자체 콘텐츠가 없다. 오직 네트워크 효과 즉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상호작용하는 행위로 돈을 버는 것인데, 여기서 이용자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플랫폼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쉽다. 그 단맛을 쉽게 뿌리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내부 가이드라인이나 자정을 위한 직원 채용 그리고 기술적 필터링 등을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 그 실효성은 떨어지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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