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학교 방임 속 가출한 아이들
의식주 해결 위해 성매매 접해
채팅앱에서 ‘하용가’ 외치며
성적 접근하는 어른 넘쳐
학대·성폭력·성산업 구조 등
중측적 맥락 고려하지 않고
‘피의자’ 취급하는 현행법

[그것은 ‘성착취 범죄’다]
① 아이들 성매매 덫에 내모는 어른들
② 한국은 ‘성매매’, 해외에선 ‘성착취’
③ ‘보호처분’ 아래 처벌 받는 아이들
④ 전문가 기고

 

“해보지 않을래?” 초등학교 6학년이던 A(16)에게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돌던 A는 돈이 없어 나흘을 굶었다. 대형마트 시식코너를 모조리 돌아도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던 A는 학교를 빼먹기 일쑤였다. 부모님은 자주 다퉜고 A는 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맞았다. A를 품어줄 가족은 없었다. 그 길로 가출을 했다. 거리생활의 시작은 배고픔이었다. “잘 데 없는 건 괜찮아요.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자면 되니까. 근데 배고픈 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처음 떠올린 건 도둑질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싶은 순간,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선배가 어차피 가출하고 잘 데도 없고 돈도 없어 먹을 수도 없을텐데 이거 해서 남자들 비위 좀 맞춰주면 10만원은 금방 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했는데….”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평균 나이는 14.87세다(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발생추세와 동향분석’). 아이들 10명 중 7명은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등 온라인 채팅 프로그램을 ‘조건만남’을 접한다(여가부, 2016 ‘성매매 실태조사’). 성매매 창구가 되버린 채팅 앱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접속할 수 있고, 그 안에는 아무리 어려도 ‘하용가’라고 접근하는 남성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하용가는 ‘하이 용돈만남 가능?’의 줄임말로, 온라인 채팅에서 남성들이 어린 여성에게 말을 걸 때 건네는 인사말이다. 어른들이 거액의 돈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성매매의 덫을 놓고 있지만, 현행 법은 덫에 걸린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성매수의 심각성을 확인하기 위해 ‘고딩학교끝’이라는 닉네임으로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해봤다. 프로필을 ‘나이 20세, 지금 만나요’로 설정하자마자 3분 만에 20개가 넘는 채팅 요청이 쏟아졌다.

그는 ‘노콘’과 ‘교복’ 등의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며 높은 비용을 지불하겠다며 유인했다. 기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생각 바뀌면 톡 달라”고 여지를 남겼다. 일부 남성은 대화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짐작하고 접근했다. “학교 끝났으면 바로 보자”거나 대화명을 아예 ‘급식이좋아’(급식이는 급식을 먹는 10대 학생을 뜻하는 은어)라고 정한 사람도 있었다. 어른들은 온라인 상에서 돈으로 아동·청소년을 꾀어 그들의 성을 사고 있었다.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이 여가부 의뢰를 받아 펴낸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특성분석 및 종합적 지원방안 연구’에서 성매매 피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가정과 학교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집을 떠나 거리로 나선 아이들에게는 성매매는 생존 수단이 되기도 했다.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A도 이혼 가정에서 보호 받지 못하고 가출을 했고, 집을 나온지 나흘 만에 ‘배가 고파서’ 성매매를 접했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를 보면, 성매매를 경험한 청소년 103명에게 처음 성매매를 하게 된 이유(복수응답)를 물은 결과, ‘잘 곳이 없어서’(35.0%), ‘다른 일자리가 없어서’(26.2%), ‘배가 고파서’(25.2%)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61.2%는 가출 후에 성매매를 접했다고 답했으며, 가출 이후 성매매에 유입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가출 다음날~1주일 이내’가 31.7%로 가장 많고, ‘가출 당일’이 23.8% 였다. 연구진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55.5%)이 가출 후 1주일 이내에 성매매에 유입됐다는 결과, 가출한 아동·청소년들이 성매매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 책임자인 정혜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 아동·청소년 성매매에는 아동학대, 학교폭력, 성폭력, 성적 착취, 한국 성산업의 구조 등이 중층적으로 가려져 있다”며  “표면적으로 드러난 자발성 유무만을 가지고 이들의 행위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아동·청소년 성매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을 둘러싼 ‘착취성’에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현행법은 오히려 ‘자발’을 이유로 아이들을 ‘피의자’로 내몬다.

최근 ‘버닝썬 게이트’로 논란이 되면서 강남 클럽을 둘러싼 비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초등학생 여자 아이가 강남 클럽에서 성매매에 나섰다는 한 작가의 발언이 보도됐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초등생 콜걸’이라는 제목으로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심각한 아동 성착취 문제는 외면한 채 오히려 어린 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피해 아동·청소년’과 ‘대상 아동·청소년’을 구분한다.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고 판단되면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돼 보호처분을 받는다. A도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6호 처분’을 받고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법원이 죄가 있다고 판단하는 14~20세 청소년에게 행동을 교정하라며 보호처분을 내린다. 6호 처분은 사실상 소년법 형사처벌에 준하는 처분이다.

현행 법에서 ‘대상 아동·청소년’ 조항을 삭제하자는 요구는 10년 넘게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2016년 8월과 2017년 2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의원 대표발의 및 국민의당 김삼화의원 대표발의로 발의됐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성가족부를 거쳐 지난해 2월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으나 1년 넘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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