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가 지난 3월 11일부터 22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렸다. CSW는 매년 세계 각국 대표와 여성단체 활동가, 전문가 등이 모여 성평등과 여성이슈를 논의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회의로 '유엔 여성 총회'라 불린다. 올해 참가자들의 참관기를 릴레이 연재한다.

 

지역여성운동을 하면서 지방정부의 여성정책은 시대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성주류화 전략이 실현된 지 25년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의 성주류화 전략은 정책의 변화를 제대로 견인하고 있는지, 특히 지방정부의 성주류화전략의 수준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여성NGO 차원에서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인식할 때 올해 유엔여성지위원회(CSW) NGO포럼에 참여 요청을 받았다. 한국도 십여년간 매년 참여를 한 것을 알았지만 지역의 관심도는 높지 않았고 올해 지역 여성단체의 참여도 처음이었다.

필자는 여성운동진영에서 오랫동안 성주류화 전략이 지역정책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해 정책분석, 지역여성들의 참여를 위한 교육과 제도 이해를 위한 컨설턴트, 정책개선여부 등에 관한 모니터링, 여성친화도시 정책을 통한 접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정책에 대한 성인지적 대응활동을 해왔다. 지난 3월 9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 정도 머물며, 그 중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하는 NGO포럼에서 올해 주제와 부합하는 사회보장제도, 공적 서비스에 대해 ‘한국의 사회보호체계와 공적서비스에 대한 성별영향평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원래는 통역을 통해 전달할 계획이었는데 전체 토론시간을 고려해 영어를 연극대본처럼 연습해서 발표하는 낯설고 설레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

발표의 주요 내용은 여성가족부 예산은 올해 정부 전체 예산 대비 0.23%에 불과하고 정부 전체 위치에서의 영향력이 미흡한 어려움으로 성주류화 전략과 성평등정책을 이행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고, 지방정부 정책은 중앙의 재정의존도가 높고, 가부장적인 인식과 문화가 강한 토대에서 설계되다보니 아직도 여전히 성평등에 관한 업무를 여성들만의 업무처럼, 사소한 업무처럼 불편하게 인식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자치단체로 이어지는 여성일자리에 관한 예산은 주로 돌봄 위주로 편성되어 있고, 저출산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성평등 관점으로 교차해야 한다는 점을 많은 전문가들이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간 저출산 이슈에 예산 150조원을 쏟아 붓는 현실을 알렸다.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 기초수급권자 등 취약계층이 복지수당을 지원받기에 근로 능력이 생겨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야 하는 경우 복지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성별영향평가를 통한 정책개선으로 중앙의 법제도 정비를 촉구했지만, 전혀 수년째 정책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발표하며 여성운동가들의 구심과 교차하는 중간지대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매년 지구적 차원에서 여성들이 모이고, 국가적 차원에서 중앙정부를 향해 여성과 성평등정책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지역적 차원에서 여성의 삶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는 현장은 서로가 분리된 것이 아닌 연결된 것이란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번 뉴욕과 유엔을 방문해보니 아시아의 여성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함께 참석한 일행을 통해 아시아여성들의 삶과 남성중심적이고 근대적인 국가적 통제와 인식, 빈곤과 열악함, 조직화된 여성조직의 공개적 활동 등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을 나눴다. 한국의 지역여성운동단체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다른 아시아 지역보다는 낫지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먼저 경험하고 깨달았기에 지역적-지구적 차원의 통합적 마인드로 활동 경험을 나누고 교류하는‘현장에서의 보고 느끼고 들은 것의 강렬한 에너지’를 이제부터라도 준비해서 아시아여성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긍정의 오지랖을 확산해야겠다.

임원정규 대전여성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임원정규 대전여성단체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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