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식도 더디고, 열대야도 모르고

용인의 꽃 소식은 아직 멀었다. 연일 꽃망울이 터졌다는 소식이 올라오고 신문은 서울지역의 꽃길을 소개하는데 이 곳은 아직도 미미한 기색만 감돈다.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하니 흔히 보는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목련은 사방을 둘러보아도 볼 수 없다. 3월의 마지막 날에 처음으로 양지바른 곳에 핀 목련 한 그루를 겨우 보았다. 이런! 서울목련인가, 하면서 바라보았다.

모처럼 서울 나들이 길을 달리며 개나리가 활짝 펴 노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길을 보니 바람난 가슴처럼 내내 심장이 두근거린다. 주책 맞은 심장을 탓해 무엇하나. 봄만 오면 숨죽인 탄생에 감동해 항상 눈시울을 적신다. 서울에서 꽃 소식이 질 무렵에야 비로소 용인의 꽃 소식이 오른다. 분명 서울보다 용인은 더 남쪽에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가, 궁금하지요?

용인에 이사 온 지 5년째. 해마다 이맘때면 서울로 외출할 때마다 고민한다. ‘추울까?, 더울까?’ 점치며 이 옷을 들었다, 저 옷을 들었다 창문을 열고 코 바람을 맡아보며 고심한다. 고심해 입고 나가도 언제나 땀 범벅과 오한으로 고생하다 돌아온다. 내 깐에는 머리를 써 입고 나가도 서울에서 내 복장은 아무래도 겨울복장이니 땀 투성이로 돌아다니며 웃옷을 벗고 에어컨을 켠다.

“감기 걸렸어요? 덥겠다.”

서울 사는 사람들이 이상한 복장의 내 모습을 보며 이 말을 할 때마다 “용인에서 살아 봐요”라고 할밖에 별 도리가 없다. 어느 해는 겨울양말을 신고 돌아다니다 결국 벗어버린 적도 있을 정도로 용인과 서울은 기온 차가 있다. 서울에서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고 다니다 용인에 접어들면 슬며시 난방을 켠다.

열대야도 모르는 곳이 용인이다. 한여름에 열대야로 시달린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서울 살면서 열대야 때문에 겪은 끔찍한 더위를 떠올린다. 용인은 서울지역보다 보통 2∼3도가 낮다. 그래서 꽃 소식도 더디고, 열대야도 모르고 산다.

“한 장도 못 팔고 가요.”

여름철이면 돗자리 장사가 들어와 울고 간다는 말이 나온다. 아파트단지마다 보통 일주일에 한번은 장이 선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모르고 들어온 돗자리나 대자리를 파는 장사가 말리는데도 부득불 들어와 팔겠다고 떼쓰다 한 장도 못 팔고 아파트 협찬금(아파트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아파트발전기금 명목으로 부녀회에 내는 돈)만 떼이고 만다는 말이다.

그만큼 용인은 누가 뭐래도 공기가 좋다.

앞으로 다가올 열대야가 걱정인 분, 용인으로 이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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