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YWCA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

조형 한국여성재단 고문이 16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제17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조형 한국여성재단 고문이 16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제17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회학자이며 여성학 분야 개척자이자 또 하나의 문화, 한국여성재단, 미래포럼 등 다양한 여성·사회단체를 이끌어 온 조형 한국여성재단 고문(전 이화여대 교수)가 2019 YWCA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을 받았다. 

16일 시상식에서 조 고문은 “지난 반세기 가까운 시간동안 함께 공부하고 활동해 온 우리들, 즉 동료, 후배, 제자, 동지들이 있었기에 제가 있을 수 있었다”며 “원칙을 탐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온 우리 모두의 영예”라고 말했다. 여성학을 대학 내 학문 체계로 수립하는 한편 현장 여성운동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온 조 고문의 수상소감은 1980년대 이후 오늘까지 한국의 여성운동사이자 여성사다. 

조 고문이 여성주의의 ‘매력’에 빠진 것은 1975년. 그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한 무렵, 여성노동자들이 독자적인 집단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970~80년대에 걸쳐 한국 여성사에 한 획을 긋는 일들이 일어났다. 첫번째는 정상적 학문 분야로써의 여성학의 태동이다”라고 회고했다. 소장학자던 그를 필두로 1977년 이화여자대학에 아시아 최초로 여성학 과목이 개설됐고 여성학 석·박사 학위과정, 여성학과가 신설됐다. 연구자들 중심으로 한국여성학회가 창립됐으며 여성문제에 관한 교육과 연구가 빠르게 활성화됐다. 

그가 꼽은 두 번째 큰 변화는 진보적 여성운동을 이끌어갈 조직적 여성 파워의 출현이다. “여성평우회, 또하나의문화,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1980-90년대에 신설된 여성단체와 기관들은 이전의 단체들과 달리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냈다” 그는 이때 “진정한 여성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여성들이 만들어낸 변화들은 2005년까지 성평등의 확고한 법적 기반 마련으로 이어졌다. “협의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제도(1990)와 성폭력특별법(1994), 양성평등기본법이 제정되고, 2005년 드디어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1958년 이태영변호사의 고군부투로 시작된 ‘가족법 개정운동’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거의 모든 여성단체들이 공동전선을 펼친 결과 호주제 폐지로 막을 내렸다” 조 고문은 성별에 따른 불평등의 문제, 여성 지위와 인권의 문제에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지닌 ‘성평등 실현의 걸림돌’로 여전히 굳건히 남아있는 남성지배체제 즉, 가부장제의 반격을 지목한다. “이에 대한 여성들의 대응은 여성운동의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여성에 대한 물리적, 정신적 폭력에 대해 여성들은 더 이상 묵과하지 않기로 했다” 폭력 피해자가 수치심으로 침묵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수치심은 가해자의 몫’이라며 조직의 성차별 문화에 가시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행동을 그는 대표적인 변화의 예로 제시했다. 

조 고문은 여성운동의 과제로 여성의제의 계층적 한계성 극복과 여성운동의 이론적 문제를 꼽았다. 먼저 여성의제의 계층적 특성에서 경제적 자립, 기초적 인권 차원에서 대단히 불리한 위치에 있는 탈북자, 이민자, 미혼모, 실업자, 노인, 장애인 등 구조적 마이너리티 집단들의 문제에 대한 관심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음은 여성운동의 메타이론적인 문제로,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과,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은 부분, 개입해서는 안 되는 부분을 구분해 여성운동의 전략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구분을 하는 주체로 ‘정파 독립적’ 시민사회 내지 시민 집단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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