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순환’으로 빵을 굽는다
‘지역 내 순환’으로 빵을 굽는다
  • 권혁년 도시재생팀 기자
  • 승인 2019.05.10 08:50
  • 수정 2019-05-10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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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있는 그 곳에 사람이 산다]
톳토리현 시골 빵집 ‘타루마리’

농부-시골가게 주인 꿈 꾼
도쿄 출신 부부의 행복한 성공

일주일에 4일 근무
직원이 즐거워야 맛있는 빵 나온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책은
한국에서 스테디셀러
이타루·마리코 부부(가운데)가 관광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이타루·마리코 부부(가운데)가 관광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이타루씨는 11년째 타루마리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개업하고 세 번 이사했다. 저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지바현에서 창업해 오카야마현으로 이주한 후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 나오지 않지만 세 번째로 이사한 곳이 바로 돗토리현이다. 이곳은 안정적으로 빵의 주재료인 밀을 공급받을 수 있고 나무가 풍부하며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깨끗한 공기 중에서 효모를 직접 채취할 수 있다. 폐유치원 자리를 얻어 카페와 빵집을 열었다. 직접 만든 수제 맥주도 팔고 있다.

타루마리 내부 진열대 모습, 늦은 시간이어서 진열된 빵이 거의 없는 모습이다. ⓒ여성신문
타루마리 내부 진열대 모습, 늦은 시간이어서 진열된 빵이 거의 없는 모습이다. ⓒ여성신문

현재 타루마리는 스태프 5명, 아르바이트 3명, 와타나베 부부까지 모두 10명이 일하고 있다. 직원들은 매주 목~일 4일을 일한다. 1년에 한 달은 장기 휴가를 갈 수 있다. 빵은 일주일에 두 번 목요일과 일요일, 밀가루 175kg를 사용해서 1500개 정도를 만든다.

“일하는 직원들이 즐거워야 맛있는 빵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직원들이 정말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일 자체가 워낙 어렵고 힘드니까요.”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해도 이렇게 하면 손해가 나지 않을까. 이타루와 마리코 부부 역시 계속해서 가게를 유지하려면 일정한 매출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타루마리 주방 모습이다. 항상 청결을 유지하면서 빵을 만들고 있다. ⓒ여성신문
타루마리 주방 모습이다. 항상 청결을 유지하면서 빵을 만들고 있다. ⓒ여성신문

 

“저희도 해마다 매출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애를 많이 써요. 그러나 필요 이상의 물질적 보상을 원하지는 않아요. 목표보다 돈을 많이 벌면 재분배와 재투자에 씁니다. 빚을 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생산을 할 수 있는 준비에 쓰는 거죠. 해외여행과 사치품을 살 여유는 없어요. 깨끗한 자연의 선물인 천연균은 우리에게 욕심을 내지 못하게 합니다. 무한히 생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도쿄에서 나고 자란 부부는 첫 직장이었던 유기농산물 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농대를 졸업한 이타루씨는 막연하게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마리코씨는 시골에 가게를 내고 싶어 했다. 공통 관심사를 확인하면서 가까워진 두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 사이 아이가 생겼다. 가장이 되었지만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내의 적극적인 지지도 큰 힘이 됐다.

“시골살이나 농사를 동경했지만 자본의 논리에 좌지우지되는 현실 앞에 절망하고 있었어요. 농업을 다시 살리려면 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스템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생산수단과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이때 갑자기 떠오른 것이 제빵사였어요. 작지만 청결한 빵집에서는 아침부터 빵 굽는 냄새가 풍기고, 그 냄새만으로도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그런 일을 할 생각을 했어요”

타루마리 빵집 내부에 걸려 있는 타루마리를 중심으로 한 지역 순환도 그림. ⓒ여성신문
타루마리 빵집 내부에 걸려 있는 타루마리를 중심으로 한 지역 순환도 그림. ⓒ여성신문

회사에 사표를 내고 4년 반 동안 그는 네 곳의 빵집을 돌면서 제빵 기술을 익혔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빵집 일을 구하기란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면접에서 수차례 떨어진 후 휴식 시간 없이 하루 15시간을 일하는 도쿄 교외의 한 빵집에 취업을 했다. 힘든 제빵 수련 시기를 거쳐 2008년 마침내 타루마리 빵집을 개업했다.

1971년에 도쿄에서 태어난 이타루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대 중반까지 이삿짐센터 짐꾼,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지냈다. 그는 스무 살의 자신을 ‘별 볼일 없는 청춘’이라고 표현했다. 돈이 궁할 때만 일을 하고 나머지 날들은 자동차 폭주족 흉내를 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의 아버지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연구하는 비주류 학자였지만 아들은 공부에 전혀 뜻이 없었다. 목표 없이 멋대로 사는 아들을 아버지는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1994년 이른 봄, 변화가 찾아왔다. 안식년을 맞은 아버지와 함께 헝가리에 1년을 거주하면서 이타루씨는 그 이전과 다른 삶을 경험했다. 당시 헝가리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막 벗어났지만 경제는 국제 시류에 한참 뒤쳐져 있었다. 경제발전은 늦었지만 식문화는 풍성했다. 그곳에서는 농가뿐 아니라 평범한 가정에서도 와인을 자가 양조했다. 첨가물이나 방부제를 넣어 만든 음식이 드물던 당시 헝가리의 식문화가 이타루씨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톳토리현에서 타루마리에게 지원을 한 새로운 밀가루 제분기에 대해 이타루씨가 설명하고 있다. ⓒ여성신문
톳토리현에서 타루마리에게 지원을 한 새로운 밀가루 제분기에 대해 이타루씨가 설명하고 있다. ⓒ여성신문

“모든 음식 재료가 가공되지 않고 유통되고 있었어요. 제 몸은 신선하고 소박한 먹거리를 참 좋아했죠. 10대 후반부터 정크식품에 절어 있던 몸이 헝가리에서 산 지 1년 만에 달라졌어요. 귀국 후 예전에 항상 마시던 캔 커피는 어느 순간 갈색 물감이라고 느낄 정도였어요.”

그는 귀국 후 할아버지가 하셨던 의사의 꿈을 안고 의대 진학을 목표로 두 차례 입시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농대에 입학했다. 대학시절부터 막연히 시골 생활을 꿈꿨지만 행동으로 옮긴 뒤 생각은 훨씬 구체적이고 체계화 됐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행복하려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까지 고민한다.

타루마리 외부 전경. 타루마리 뒤편으로 빽빽한 삼나무 숲이 보인다. ⓒ여성신문
타루마리 외부 전경. 타루마리 뒤편으로 빽빽한 삼나무 숲이 보인다. ⓒ여성신문

“몸에 좋은 먹거리에 집착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요. 서민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먹지 못하게 하는 이들이 세상을 망가뜨린다고 생각해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행복하지 않나요? 우리의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좋은 먹거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이유겠죠.”

이타루씨와 마리코씨의 이런 노력으로 빼곡한 삼나무 사이로 하늘만 보이는 시골 마을이지만 마을엔 활기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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