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용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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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오래되고 낡은 것,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것들, 이제는 이미 잊혀진 것들, 하지만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닳고닳은 것들에 관심을 갖고 독특한 화법으로 꾸준히 작업하는 서양화가 김용호의 어둡지만 따뜻한 회화 작품이 오랜만에 대중에게 소개됐다.

2일부터 이레동안 서울 인사동 삼정아트스페이스, 11일부터 17일까지 안산시 단원전시관에서 열린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은 그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총체적인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김용호는 작품의 소재와 재료 모두를 스스로의 삶 속에서 찾는다. “강원도에서 광부였기 때문에 탄광에 대해 그렸고, 인화지 관련 일을 해봤기 때문에 폐인화지에 현상액으로 그렸다”고 말하는 작가 김용호의 작품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재료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이어서 더욱 새롭고 독특하다.

컬러사진 인화지에 실크스크린 인쇄용 잉크를 사용한 새로운 표현기법의 회화작품들은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 같으면서도 진솔하기 때문에 사진보다 사실적이다.

강원도에서 수년 간 광부로 일했던 시절에 대해 작가 김용호는 “육체노동은 머리를 쉬게 해줘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폐광의 빈집, 탄광의 광부 휴게실, 석탄을 실어 나르는 화물열차, 저녁 무렵 탄광 굴에서 밖을 보는 풍경, 사리포구의 버려진 배 한척, 어둡고 외롭고 쓸쓸하고 어쩌면 낯설기도 한 내용을 지녔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 따뜻함이 묻어나는 것은 김용호의 시선 속에 속 깊은 애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가 김용호는 치열하고 처절했을지도 모를 그의 삶 속에서 떠나려고 발버둥치기보다 관심과 애정으로 오히려 회귀하는 작가이다.

강원도 탄광 일대와 안산의 이제는 버려진 사리포구를 중심으로 돌아오는 작품 속에 작가 김용호가, 그의 삶이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단원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의 작품들을 따라 돌아나오면 마지막에는 김용호의 자화상과 마주하게 된다.

안산 서희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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