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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24일 (사)아키아 주최 ‘김혜자가

만난 고통의 땅과 사람들’ 강연

“전쟁은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전쟁은 가해자, 피해자 모두 그 후유증이 크며 인간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어머니상, 솔직하고 정감있는 탤런트 김혜자씨는 첫마디부터 전쟁반대를 외쳤다.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9일까지 인도를 거쳐 시에라리온 공화국(서아프리카 남쪽에 위치한 나라)을 다녀온 그와 전화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 13일 오전이다. 그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라며 “이들은 성폭력과 기아, 가혹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혜자씨는 10년 넘게 월드비전(1950년 한국전쟁 중에 설립돼 현재 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긴급구호사업 및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세계 최대 기독교 NGO)의 친선대사로 활동했다. 우간다, 아프가니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등 세계 곳곳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만나고 온 그는 이번에 시에라리온 공화국에 갔다와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에라리온 공화국에 갔다와 언론에 심정을 말하는 것은 처음이다. 여성신문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얘기하는데 그곳에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시에라리온 공화국은 한국의 1/3 정도 크기로 내전이 끝난 것은 작년이다. 웬만큼 큰 세계지도 아니면 찾기도 힘들 정도로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처음에 그 나라에 도착해 숙소 앞 커다란 공터에서 UN평화주둔군을 보고 안심했다. 그러나 르완다, 아프가니스탄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봤지만 이렇게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것은 처음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아직도 전쟁의 상처가 나라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가 계속 강조하는 고통이 도대체 무엇일까.

“르완다에서는 죽은 사람을 많이 봤다. 시체가 썩는 냄새가 진동해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곳은 전쟁 때문에 사람들이 미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얘기하다 그는 잠깐 말을 끊었다. ‘생각하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어’라고 혼잣말을 하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이곳은 심각한 내전으로 병사들 중 많은 수가 13세에서 15세 정도 되는 소년병들이 많다. 이들은 총만 갖고 다니는데, 얘기를 듣기로는 총과 함께 약을 지급 받는다고 들었다. 이 약은 환각제 같은 것으로 아이들이 먹으면 현실을 분간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약을 먹고 만삭의 임산부를 잡으면 서로 내기를 한다고 했다. 뱃속의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내기를 하는데 무차별적으로 임산부를 사살하고 아기를 확인한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애들이 미쳐서 전쟁놀이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충격적으로 들은 얘기는 여성들에 향한 성폭행이다. 성폭행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데 3개월 된 여아를 성폭행해 결국 아기가 죽었다.”

그는 그곳 주민들에게 전해들은 믿지 못할, 그러나 믿을 수밖에 없는 처참한 그때의 상황을 차분히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며 “내가 인간인 것이 싫을 정도였다”라고 밝혔다.

“부모의 빚 50달러 때문에 평생 노예생활을 하던 인도 어린이나 전쟁으로 제 정신이 아닌 시에라리온 공화국의 어린이 모두 결국 전쟁이 빚어낸 참상”이라고 강조하는 김혜자씨는 당분간 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몸도 아프고 정신적으로도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충전을 해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쟁의 비극에서 벗어나 일상에 돌아온 이후 그가 처음 계획한 일은 (사)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연대에서 마련한 특별 강좌다. 24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강당에서 ‘탤런트 김혜자가 만난 고통의 땅과 사람들’이란 주제로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고통받는 여성과 어린이들을 위해 구호활동에 동참하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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