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간 김땅콩』 펴낸
그림책 작가 윤지회
출간 앞둔 2018년 2월
위암 4기 판정 받아
“절망도 잠시, 꼭 살아서
그림책 완성하고 싶었다”

항암 치료 과정 그려낸
인스타툰 ‘사기병’ 화제
“만화 보며 힘 얻는다는
6만 구독자 지지 큰 힘”

윤지회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자신의 그림책 원화 앞에 앉은 그림책 작가 윤지회씨. 그는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채색 만을 남겨둔 그림책을 꼭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상 앞에 앉았다”고 했다.

“위암 4기 입니다.” 곧 세상에 나올 그림책의 채색 만을 남겨두고 급하게 찾은 병원에서 의사는 담담히 말했다. 그 말 한 마디가 송곳이 되어 그림책 작가 윤지회(40)씨의 가슴을 찔렀다. 세 살 아들, 든든한 남편과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은 한 순간 암 환자의 삶으로 휘몰아쳤다. 2018년 2월 암 선고 이후 3주 만에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물음표는 그의 머리를 맴돌았다. 그러나 절망도 잠시,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는 몸을 일으켜 윤 작가는 10개월 만에 책상 앞에 앉았다.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암 선고 전에 마무리 짓지 못한 그림책과 동시집이 항상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꼭 완성해야 한다,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책이 인쇄 돼 서점에 깔리고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전 희열을 느껴요. 다시 한 번 그 희열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할 일이 남았으니 열심히 치료 받자는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2003년 데뷔한 윤 작가는 『방긋 아기씨』, 『엄마 아빠 결혼 이야기』, 『몽이는 잠꾸러기』, 『마음을 지켜라! 뿅가맨』 등을 펴낸 15년차 그림책 작가다. 평생 그림을 그릴 수 없을 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하고 난 뒤 완성한 『우주로 간 김땅콩』은 그래서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책 출간은 그가 항암 치료 중 정한 11가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일 정도로 간절했다.

윤 작가의 여섯 번째 책인 『우주로 간 김땅콩』은 유치원에 가기 싫은 주인공 땅콩이가 엄마 몰래 ‘만약에 말이야, 유치원에 안 가면?’이라고 상상하면서 펼쳐지는 일탈을 신나게 담아냈다. 사랑받고 주목받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이 장난기 가득한 땅콩이와 견과류 친구들의 모습에 잘 녹아있다.

윤지회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림책 작가 윤지회.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책에 늘 ‘장난꾸러기 처럼 살고 싶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윤 작가는 늘 안테나를 세우고 사는 예민한 사람이다. 일상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담아내야 하는 작가로서 예민함은 장점이라고 여긴다. 그는 최근 이렇게 캐치한 일상을 종이가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에 그려내고 있다. 그의 ‘인스타툰’(인스타그램에서 연재하는 만화) 제목은 위암 4기를 뜻하는 ‘사기병(@sagibyung)’이다. 항암 치료 중 가장 힘겨웠던 1년의 시간을 기록한 투병기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위암 선고 날 모습부터 수술 직후 움직이기 힘든 상황과 의사의 말 한 마디에 울고 웃는 암 환자의 얼굴과 네 살 배기 아들 건오와의 일상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실적인 투병 묘사와 함께 고통의 순간에도 “오늘도 살아있네!”라며 희망을 찾는 작가의 긍정적인 모습은 6만7000여명의 구독자가 몰린 인기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업로드를 시작해 3개월 간 연재했다. 윤 작가는 “처음에는 기록 차원으로 인스타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지 상상도 못했다”며 “구독자분들이 주신 응원 댓글에 큰 힘을 얻는다”고 했다. 사기병은 올 가을께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윤 작가는 오지도 않은 먼 미래를 위해 아둥바둥 살기 보다 하루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숨도 잘 쉬기 힘들 때도 많아요. 그래서 숨만 쉬어져도 좋거든요. 눈을 떴을 때 컨디션이 좋으면 그날은 제게 너무 행복한 날이예요. 오늘을 살아야죠.”

『우주로 간 김땅콩』 윤지회 글·그림, 사계절
『우주로 간 김땅콩』 윤지회 글·그림,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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