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국일보(본부장 유명상)가 주최하는 미스코리아대회에 대구시(시장 권영진)와 경상북도(이철우)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민영방송 TBC(사장 김정길)가 중계방송을 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시대착오적이며 성불평등을 조장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대구한국일보 엠플러스한국, 대구시·경상북도는 공동으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대구 동구 율하체육공원에서 ‘2019내고장사랑 대축제’를 개최한다. ‘지역우수중소기업상품’과 ‘농특산물’ 부스운영으로 민생경제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행사 취지다. 그러나 부대행사로 24일 미스코리아와 함께하는 불금파티, 25일 미스코리아 대구선발대회가 열리며 대구시가 5000만원, 경상북도 7000만원, 대구 동구청 2000만원 등 예산이 지원되는 것이 알려지자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62개 단체가 20일 대구시청 앞에서 성상품화 축제 조장하는 대구시와 미스코리아선발대회 중계방송 계획하는 TBC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권은주기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62개 단체가 20일 대구시청 앞에서 성상품화 축제 조장하는 대구시와 미스코리아선발대회 중계방송 계획하는 TBC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권은주기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경여연),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참여연대 등 62개 단체는 20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상품화 축제 조장하는 대구시와 미스코리아선발대회 중계방송 계획하는 TBC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행사예산편성 즉각 철회 △중계방송 절대 반대 △대구시 성평등 예산 확보 △성상품화 예산책정에 사과할 것 △성인지 감수성 기를 것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대구시에 의견서를 전달한 후 대경여연 대표단은 TBC를 방문, 이성원 방송이사와 김재욱 경영이사와의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성원이사는 “TBC 내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행사관련 크고 작은 계약상의 문제가 있어 올해는 진행하고 내년에는 반영하겠다”며 “PD도 여성으로, 방송시간도 심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강혜숙 대경여연 상임대표는 “미스코리아대회의 공중파 방송중계는 획일화된 미를 강조하고 여성의 성 상품화를 조장한다”며 “여성계의 지속적인 문제제기 결과 2005년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공중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 받으며 매년 개최하고 대구 MBC에 이어 TBC에서 방송을 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사회적 다양성과 개인의 가치가 존중받아야 하는 이 시대에 방송을 하겠다는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내일부터 시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민연대회의 남은주 공동대표는 “대구시 8개구·군과 경상북도 23개시·군이 참여하는데 더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인 대구시가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행사를 열면서 세금을 지원하고 대구지역 타 방송사들도 하지 않는 중계방송을 TBC가 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2019 내고장사랑 대축제’ 포스터 ⓒ2019 내고장사랑 대축제 조직위
‘2019 내고장사랑 대축제’ 포스터 ⓒ2019 내고장사랑 대축제 조직위

여성계는 1980년대 초부터 ‘미스코리아 폐지’를 주장했다. 당시 여성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가의 언론 문화를 창달하고 올바른 비판의식을 주도해야 할 모 일간지가, 그것도 ‘민중의 봄’ 오월에 이 대회를 무슨 거국적 문화행사인 양 요란을 떨고 하고 있다는 것은 여성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처사”라고 적었다. ‘미인’이라는 말 자체가 가부장제 사회의 잔재이므로 파기돼야 한다는 의견부터, 여성의 아름다움은 남성 지배 사회가 규정해 놓은 규격에 의해 측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미스코리아 대회’ 폐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고, 여성들을 무대에 올려놓고 심사 하는 대회 과정을 비판하며 여성들의 의식 계몽을 촉구했다. 여성계의 합리적 비판과 노력으로 미스코리아 대회는 2002년 지상파 TV에서 사라졌다. 그 이후에도 KBS 계열사인 KBS SKY에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생중계할 움직임을 보이자, 여성계는 발 빠르게 대처하며 이를 막아냈고(2004.6.11, 제781호 보도) 이러한 움직임은 2004년 대회부터 수영복 공개 심사 폐지 등의 성과를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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