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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적극적이거나 재력이 되는 부모들은 사교육 게임을 벗어나 조기유학이라는 새 버전을 선택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0학년도 출국 학생수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년도의 경우 초등학생 1만640명, 중학생 5974명, 고등학생 3531명 등 2만145명이 해외이민이나 유학을 떠났다.

비율로 보자면, 이는 초중고 모두 각각 약 0.003% 정도이다. 서울시 중고등 학생에만 국한할 경우, 유학이나 이민 등을 이유로 자퇴하는 아이들은 중학생은 전체 37만5천명 중 1801명으로 0.48%, 고교생은 45만3천명 가운데 1906명으로 0.42%에 불과하다(한겨레 2001년 3월 9일자). 그러나 이같이 절대 비율로 보면 미미한 숫자지만 서울, 특히 강남 지역으로 국한시키면 조기유학은 일반적인 풍속도이다.

특히 조기유학의 정서적·문화적 파급 효과는 중간 계층 이상에서는 가히 압도적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인터넷 정보 사이트 SERIZINE(2002년 9월 12일)이 회원들 44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이미 유학중이다’ 8.4%, ‘보낼 의향이 있다’61.7% , ‘보내지 않겠다’ 29.9%로 조기유학을 보내고 있거나 보낼 의향이 있는 부모들이 70.3%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이트의 회원은 대학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엘리트 계층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만난 화이트칼라 계층의 어머니들 역시도 한결같이 조기유학의 희망을 표현했다. 그들은 남편이 해외 지사 발령을 받아 외국인 학교를 학비 지원 받으면서 몇 년간 해외에 살다 오는 것을 최대의 희망으로 표현했고 주변에 그런 경우가 있으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돈 벌어 보내거나 생이별 하거나

조기유학에 관련되는 어머니들의 유형을 몇 가지로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돈을 벌어 지원하는 형이다. 이 유형의 어머니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아이를 조기유학 보낸다. 대개 해외에 있는 인척 집에 아이를 맡기거나 팀을 조직해, 팀을 이끌고 간 어머니에게 맡긴다. 이런 어머니 중에는 대학교수와 같은 전문직 여성도 있지만, 혼인 이후 전업주부로 십수 년에서 이십 년 가까이 살아온 삶에서 과감하게 취업 여성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여행에서 배워 온 피자 기술로 어느 날 피자 가게를 여는가 하면, 식당, 예식장, 수입 고가구점을 연다. 최근에는 부모 없이 조기 유학을 간, 이런 아이들 중에는 현지 부적응으로 먹지도 못하고 말도 없어지는 등 심각한 물리적, 정서적 상처를 안고 돌아오는 아이들이 관찰된다.

도구적 부성에 철저한 가부장제 남편들

그들에겐 이제 남성해방운동 필요할 듯

두번째 유형은 남편을 한국에 두고 아이들과 몇 년 동안 조기유학을 다녀오는 경우다. 이렇게 혼자 갈 경우 월 생활비는 150∼200만원이 든다(호주나 뉴질랜드의 경우).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팀을 이루어감으로써 생활비를 절감하는 전략을 쓴다. 이 경우 생활비가 절반 정도로 감해지고 따라서 조기유학이 꼭 상층 계층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그리고 이 유형의 조기유학에서 특징적인 것은 아빠들이 ‘기러기 아빠’를 자청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애들 데리고 제발 나갔다 오라고 등을 떠미는 경우도 있다. 지난 학기 고려대학에서 여성학 수업을 하면서 자녀를 위해 기러기 아빠를 할 의사가 있는 남학생들은 손들어보라고 하였다. 한 40명 정도의 남학생들 중에서 6, 7명의 남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의사는 있으나 손을 들지 않는 남학생들도 감안하면 적은 비율이 아니다. 친구와 이 얘기를 나누는데, 친구 왈 “일관되게 가부장적인 남성은 문제가 없다니까…”라는 지론을 폈다.

도구적 부성에 철저한 가부장제 남편, 아빠의 물적 지원을 받으면서 엄마와 아이는 물좋은 환경에서 몇 년 잘 보내고 오거나 아예 대학 입학이나 그 이후까지 그곳에서 체류한다. 도구적 부성에 철저한 아빠는 독수공방의 고통이 뼛속까지 치밀지언정, 자녀를 위해 참아낸다. 이런 현상을 보면, 이제 필요한 건 남성해방운동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김정희/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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