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만에 첫 솔로 앨범낸 가수 김민선씨
2009년 슈퍼스타K 데뷔
몽실이 시스터즈·피기돌스 등
걸그룹 메인 보컬로 활동
외모에 대한 악성댓글로
가수 꿈 잠시 접기도

판소리하신 할아버지·
성악 전공 아버지 덕에
목청 만큼은 타고나

‘밥 벌이’ 상담원 생활
악성민원에 고되도 보람
10년 만에 첫 솔로 앨범
‘Like The Moon’ 발매
“다시 꿈 펼칠 날개 되길”

지난 4월 첫 앨범 ‘Like The Moon'을 발매한 가수 민선e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4월 첫 앨범 ‘Like The Moon'을 발매한 가수 민선e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딱 10년이네요.”
경연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린 가수 지망생 김민선(28)이 ‘민선e’라는 새 활동명을 내걸고 솔로 앨범을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지난 4월 첫 앨범 ‘Like The Moon’을 냈다. 벌써 데뷔 10년차를 맞았지만 대중에게 그의 이름 석 자와 얼굴은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활동 기간 10년 가운데 TV 음악 프로그램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한 시간은 3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아서다. “다시 한 번 가수라는 꿈을 펼치고 싶다”며 세상 앞에 선 민선e를 만났다.

“이제서야 민선씨를 알아서 ‘미안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연습생들에게 ‘무대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알려주고 싶어요.” (김석훈)
“가요계 문제가 있나? 왜 이런 분이 알려지지 못한 거지?” (하현우)
“목소리를 자기 안방처럼 갖고 노는데 보는 사람이 편안해요. 초고수에요.” (김형석)

2017년 음악 경연 프로그램 tvN ‘수상한 가수’에서 심사위원들은 김민선씨를 향해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8대 우승에 이어 9대 우승을 차지했고, 우승자들이 모인 왕중왕전에서도 우승은 김씨 차지였다. 연예인처럼 화려한 외모를 가진 것도,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도 아니지만 그에게는 목소리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당시 그가 보여준 에일리 ‘보여줄게’, 박미경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이은미 ‘녹턴’ 무대는 시원한 고음과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목청은 타고난 것 같아요.”

‘가창력 끝내준다’는 칭찬은 김씨가 노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줄곧 들어왔던 말이다. 가창력은 “성악을 전공한 아버지와 창을 하신 할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가수라는 꿈을 꾸는 일도 자연스러웠단다. 하지만 오디션 참가조차 그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TV에 나오려면 외모가 중요하다’는 주위의 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10년 전만 해도 예쁘고 말라야만 가수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어렵게 찾아간 기획사에선 ‘살 빼서 와라’ 라고 하기 일쑤였고요. 그래서 오디션 가기도 겁나더라고요. 네 번 정도 오디션을 봤는데 그땐 저 자신도 ‘살 빼고 도전해야지’라는 생각부터 났어요.”

기획사 관계자들이 가창력은 인정하면서도 외모 관리부터 하라고 핀잔을 줬지만 김씨는 꿈을 접을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왔다. 2009년 처음 생긴 TV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1’ 예선은 그를 가수의 길로 인도했다. 친구의 권유로 참여했다가 예선 합격한 뒤 방송을 통해 ‘몽실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함께 출연한 두 명의 멤버와 함께 ‘몽실이 시스터즈’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했다. 몽실이는 얼굴 생김새와 몸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붙은 별명이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했다. 기획사에 들어가 2011년 ‘피기돌스’라는 이름의 걸그룹으로 앨범을 냈다. 날씬한 걸그룹들 사이에서 통통한 몸매의 멤버들로 구성된 피기돌스는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땐 기사 댓글을 일일이 확인했어요. 댓글 마다 뚱뚱하다, 못생겼다는 악성댓글(악플)들이 달렸어요. 그래서 살을 뺐더니 살을 왜 빼느냐고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악플 때문에 그땐 정말 힘이 들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다 그만두고 싶더라고요.”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민선씨.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민선씨.

 

평생 그리던 가수라는 꿈을 이루고 마냥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지만 그의 눈 앞은 가시밭길 뿐이었다. 그래서 멈췄다. 잠시 내려두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밥 벌이를 위해 콜센터 상담원 면접을 본 것도 그 무렵이다.
“목소리를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니 상담원이 제격이더라고요. 숨기려고 한 건 아니지만 이력서에는 가수 이력을 적지 않았어요. 그냥 목소리에 자신이 있다고 했더니 합격시켜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2015년 시작한 상담원 일은 쉽지 않았다. 통신사에서 운영하는 복잡한 요금제를 숙지하는 일부터 민원 전화를 받는 일까지 쉬운 일은 없었다. “소리 지르면서 상담원들 하대하는 악성 민원인을 대응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1년 가량 지나고 일에 숙달되면서 조금씩 상담원 일에 대한 보람도 찾았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는지 회사의 상담 챗봇 제작하는 데도 상담원 대표로 참여했어요. 회사에서 인정 받는 것 같아 기분 좋더라고요.”

‘수상한가수’로 무대에 설 기회가 찾아 왔을 땐 회사에 연차휴가를 내고 방송 녹화에 참여했다. 방송 출연을 위해 생계가 달린 일을 그만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무대는 김씨에게 늘 갈증의 대상이었다. 무대에 설수록 더 많은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프로그램 종영 뒤 곧바로 솔로 앨범 준비를 시작했다. 9년 가량 알고 지낸 작곡가 김민호 제이알레코즈 대표가 제작자로 나서 앨범을 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미니 앨범 ‘Like The Moon’은 김씨에게는 다시 가수로 비상하게 해 줄 날개나 다름 없다.

타이틀곡 제목이기도 한 ‘Like The Moon’은 삶이 힘들 때마다 달을 보며 꿈과 희망을 되새기는 외로운 모습을 그린 곡이다. ‘하늘 위 반짝이는 별처럼, 어둠을 밝게 비춰주는 달’처럼 무대 위에서 다시 노래하고 싶다는 가수 민선e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여전히 상담원 일과 노래를 병행하고 있다. ‘전업 가수’로 살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어요. 발라드부터 랩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어요. 편견 없이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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