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처벌, 법정형에 상당히 못 미쳐”

“R&D 개발과 법·제도 검토가 함께”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R&D 기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컨퍼런스’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회를 맡은 신경아 한림대학교 교수와 김승주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 장윤식 정보법과학연구소 교수, 미루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사진 왼쪽부터). / 진주원 기자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R&D 기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컨퍼런스’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회를 맡은 신경아 한림대학교 교수와 김승주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 장윤식 정보법과학연구소 교수, 미루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사진 왼쪽부터). / 진주원 기자

 

손쉽게 제작되고 무한정 확산될 수 있는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 사회적 인식 개선, 처벌 강화 등 대책 등 종합적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주관으로 20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R&D 기반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컨퍼런스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 현황을 진단하고 대응 방법과 기술을 소개하면서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촬영물이 한번 유포된 경우 영상을 찾아내어 삭제하고 증거를 수집해 범죄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인터넷 어딘가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유포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면서 “근본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근절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성범죄 예방을 위한 수사기관 차원에서의 개선 방안으로 윤 연구위원은 유포된 영상의 추가적 유포, 유포위협·협박 증가에 대해 경찰, 피해자 지원기관 등 현장 업무 당당자의 업무 효율성 증진을 위한 기술, 수사기관의 원활한 범죄자 검거와 신속한 증거 발견을 위한 기술, 삭제와 수사 지원 관련 기관의 업무 효율화를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인터넷에서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을 때나 공익 광고에서 경고성 안내 문구와 공익 광고에서 불법촬영 유포의 범죄성을 홍보하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윤 연구위원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법정형에 상당히 못 미치는 양형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이것으로는 범죄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처벌형량으로 작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범죄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사법부의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징역형은 2014년 14.2%, 2016년 15.6%, 2018년 16.3%로 증가하고 있지만 2018년 징역형(실형)은 6개월형이 31.8%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10개월형이 19.1%를 차지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부대표도 “온라인 공간의 젠더폭력에 처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오프라인 공간의 범죄에 비해 검거율이 낮다는 점을 볼 때 사이버 수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수사에 필요한 자원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특히 “가해자 신상 추적 가능성을 높이는 시스템과 사법당국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환경을 제어하기 위해 연구 중인 기술도 소개됐다. 이남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디어들이 가진 고유의 정보를 활용해 연관 관계를 분석해서 음란물 콘텐츠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 하고 있다”면서 정지영상의 선정적 요소 유해성 검출 기술, 오디오의 선정적 표현 등 유해성 검출 기술, 유해동영상 분석·검출 필터링 기술의 작동 원리를 소개했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 청소년 휴대폰 보급률 세계 1위이고, 스마트 단말기를 이용한 음란물 유통이 하면서 검색어 중 포르노그래피 관련 키워드가 20% 이상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정부가 디지털성범죄·불법도박 근절 대책으로 해당 사이트의 접속 차단을 강화하는 정책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정부는 차단하려는 사이트의 목록만을 작성해 제공하는 것일 뿐 국민의 사생활 추적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신기술을 개발해 불법 콘텐츠를 차단하겠다는 것은 좋다. 다만 기술 개발도 어렵지만, 그 기술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게 훨씬 어렵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단순한 기술이 논의되는데도 논란이 많다. 특히 인터넷 모니터링해서 통제하는 기술을 연구할 때는 반드시 R&D 개발과 법·제도 검토가 함께 돼야 기술개발과 적용에 엇박자가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신기술 개발 못지않게 새로 개발하는 기술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도 정부, 시민단체의 중요한 일이다”라면서 실효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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