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시간·품 비슷
핑크 택스 비판도

같은 가격 받고
샴푸 드라이값은 별도
미용실도 늘어

미용실에 온 여성.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뉴시스·여성신문
미용실에 온 여성.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뉴시스·여성신문

대학로를 걷다가 우연히 미용실 가격표에 눈길이 갔다. 남자 커트 1만4000원, 여자 커트 1만6000원. 염색이나 펌과 같은 시술은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보다 머리카락이 길어 제품이 더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미용실에서 짧은 머리 길이의 여성들에게 남성과 같은 비용을 받는 걸까.

여성들의 미용실 커트 비용과 관련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작년 6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핑크 택스(PINK TAX)를 아십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더니 여성은 1만8000원 남성은 1만2000원이었다”며 “여성이란 이유로 기장과 스타일이 남성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6000원이나 더 내야 했다”고 했다. 이어 “펌이나 염색은 기장에 따라 요금 차이가 나는 게 이해가 가지만 문제는 한 헤어숍 내에서 성차별적인 커트 요금 부과다”라고 덧붙였다. 

핑크 택스란 같은 상품이라도 ‘여성용’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가격이 좀 더 비싸지는 현상이다. 2015년 미국 뉴욕시 소비자보호원은 24개의 온‧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800개의 제품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용이 비싼 제품은 42%, 가격이 같은 것은 40%, 남성용이 비싼 것은 18%였다.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평균 약 13% 정도 더 비쌌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는 “20~30년 전만 해도 지역별로 가격이 비슷했지만 지금은 미용실마다 요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있고, 성별에 따른 요금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브랜드 미용실 관계자들은 여성 커트가 더 비싼 이유에 대해 대체로 ‘디자인 값’과 샴푸, 드라이값이라는 입장이다. R헤어 담당자는 “남성 헤어 디자인은 여성에 비해 틀이 크게 변동이 없다”며 그러나 여성 헤어디자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그래서 디자인력이 가격에 더 포함되는 것”이라고 했다. J헤어 담당자도 “실제로 여성 커트는 연차가 쌓이면 할 수 있다”며 “대부분 남성 커트부터 실습을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로에 있는 어느 미용실 가격표 ⓒ여성신문 진혜민
대학로에 있는 어느 미용실 가격표 ⓒ여성신문 진혜민

문제는 머리가 짧은데도 여성 커트 비용을 비싸게 받는 것은 차별이라는 의견이다. 트위터 이용자 O****는 “나는 지금 투블럭(옆머리를 자르고 윗머리만 남겨놓은 스타일)인데 커트하러 갔다가 여자라고 남자보다 2천원 더 내야 했다”며 “남자가 머리 길어도 가격 덜 받냐 물어보니 그렇다길래 그냥 자르고 왔다. 다들 이런 건가”라고 했다. 트위터 이용자 I****도 “(짧은 헤어스타일의) 같은 머리 길이인데 한 매장에서 다른 가격으로 커트를 받아 억울했다”고 글을 썼다. 

남녀 커트 비용은 동일하되 샴푸와 드라이 비용에 가격 차이를 두는 곳도 있었다. 서울의 M 미용실에서는 “커트․샴푸․드라이까지 하면 남성은 약 20분, 여성은 3~40분 걸린다”며 “그러나 여성이 머리 짧을 경우에는 남성과 소요시간이 비슷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커트 값은 동일한 대신 샴푸와 드라이 값을 다르게 받는다”고 했다. 

미용실 가격의 성별에 대한 분류는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이·미용업소 가격게시 및 사전 정보 제공 지침’에 언급돼 있다. 최종 지불가격 게시 지침에 “성별(남·여), 신분(학생, 일반), 할인행사 등 특정 대상·기간에 따라 가격 할인 시, 기본가격과 할인가격을 동시에 표기하도록 하여 소비자의 혼동 방지”라고 명시돼 있다.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에 문의한 결과 담당자는 “성별을 나눠 비용을 받으라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구분해서 받는다면 명확하게 표시해서 받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앞의 M 미용실처럼 성별과 무관하게 헤어스타일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곳도 점점 생겨나고 있다. 성별에 따른 구분 없이 같은 커트 가격으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원장 커트, 디자이너 커트 등 작업하는 사람에 따라 가격대가 다르지만 우리는 남성과 여성 모두 같은 커트 비용을 적용하고 있다”며 “성별을 구분해 가격을 책정하는 곳도 있지만 요즘에는 비용을 통일하는 숍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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