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국제협약(CITES)
아래 최소 규제만 존재
택배로 동물 거래해도
노점상도 막을 방법 없어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져 판매되고 있는 작은 뱀들. ⓒ여성신문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져 판매되고 있는 작은 뱀들. ⓒ여성신문

도마뱀을 좋아하는 직장인 박모씨는 여러마리의 파충류를 기르며 매번 파충류 전문 쇼핑물에서 분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박모씨가 택배로 받은 게코 도마뱀은 배송 중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집에 온지 하루만에 죽고 말았다. 박씨는 “직장인이다 보니 직접 전문 매장에 갈 시간이 부족해 쇼핑몰을 이용해왔다”며 “처음 폐사하는 것을 직접 보게 돼 충격이 너무 크다. 앞으로 택배를 꺼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지난해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 반려동물보고서’를 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25.1%(약 1000만명)에 이른다. 기르는 동물은 개가 75.3%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 31.1%, 물고기 10.8%, 기타 동물 햄스터, 새, 파충류 등 6.4% (복수응답) 순이었다. 반려동물 수가 늘면서 종류도 다양해졌지만 현행법은 애완동물을 개, 고양이, 토끼, 패럿, 기니피그, 햄스터 6종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보호법 제9조 등에 따라 판매와 운송에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법이 정한 애완동물 속하지 않는 야생동물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 사이테스(CITES)에 포함된 생물 일부만을 규제하고 있다. 사이테스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를 일정한 절차를 거쳐 제한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보호하는 협약으로 우리나라는 1993년 가입했으며 현재 169개국이 협약에 가입했다. 사이테스 1급에 해당하는 동물은 랫서팬더, 코뿔소, 회색앵무, 코끼리 등으로 박제, 표본, 알, 엄니, 뿔 등까지 모두 상업용 국제 거래가 금지돼있다. 2급과 3급은 국제거래가 가능하며 2급에 속한 포유류를 제외한 양서·파충류와 3급 생물들은 일반인의 사육이 가능하다. 반려동물로 키워지는 청금강앵무, 카멜레온, 육지거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이테스에 해당하는 동물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관할 지역 환경청에 국제적 멸종위기종 양도·양수 신고서를 작성해 신고해야 한다. 신고 없이 키울 경우 밀수 개체를 키우는 것으로 간주 돼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양수 신고는 단순히 신청인의 이름과 주소, 양도 받는 동물의 종류와 수만을 기재하면 된다. 사육 장소에 대한 시설 확인 절차 등이 생략돼 있다. 

사이테스로 등록되지 않는 일반 야생동물의 경우 아예 거래 자체에 대한 규제나 제재 자체가 없다. 현행법상 애완동물로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택배를 통해 배송되는 일 또한 흔하다. 동물행복연구소 공존의 조사에 따르면 야생동물 거래는 주로 인터넷 사이트 50%, 인터넷 카페 46%로 나타났다. 거래방법은 택배 거래가 35%, 직접 거래 34% 등으로 나타났다. 택배를 통해 살아있는 동물이 배송되다 보니 폐사 또한 흔하다. 심지어 소라게의 경우 문방구나 노점상에서 먹이도 없이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 판매되기까지 하지만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규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집에서 기르기 부적절한 동물을 기르다 이를 기를 수 없어 유기하거나 부적절한 환경에서 키우다 폐사하는 경우도 흔히 일어난다. 지난 2월 인천 서구에서는 라쿤이 발견돼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 한 파충류 커뮤니티에서는 뱀에게 몸집보다 큰 살아있는 먹이를 먹이려다 뱀이 그에 물려 폐사하는 사례가 일어나 생먹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포획하거나 수입한 야생동물을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야생동물의 인터넷 거래와 택배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정미 의원은 “그동안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대책은 계속 나왔으나 애완동물에 속하지 않는 애완생물에 대해서는 보호대책이 미비했었다”며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사이테스에 생물이 포함되는지 여부 보다는 각 나라 실정에 맞는 규제 대상 범주 설정이 중요하다”며 “기를 수 있는 동물과 기를 수 없는 동물을 나누어 설정해 포획·운송 단계와 사육시 동물 복지 훼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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