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자녀 비하 발언한 익산시장
“나쁜 뜻 아니었다”며 공식 사과
상대방 마음 헤아리는 자세 필요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지난 6월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의 ‘잡종’ 발언 이후 지속적으로 그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에 이주여성들은 은근히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 익산시장은 지난 6월 다문화가족의 자녀를 향해 ‘잡종 강세’라고 발언했다. 정 시장은 ‘다문화가족 아이들이 머리가 좋다는 뜻’으로 한 덕담이 잘못 전달됐다면서 사과하고 인권교육을 받았다.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려고 하다가 화가 난 이주여성들의 모습에 한발 물러난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1979년 정초 오영수 작가의 글로 전북·전남이 난리가 났다. 오 작가는 한국문학계의 별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의 단편은 중·고등학생들에게는 필수로 읽어야하는 교본처럼 여겨졌다. 유려한 문체와 오묘한 상징은 처음 글을 읽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가 쓴 『특질고(特質考)』에서 ‘전라도 사람은 표리부동하고 무조건 걸러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당시 『문학사상』에 실린 이 글에 많은 사람들은 분노했고 결국 『문학사상』은 3개월 휴간을 했다. 이 매체는 잡지를 내면서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재발을 막겠다고 했다. 많은 존경을 받던 오 작가도 사과문을 발표하고 절필했다. 그 해 오 작가는 사망했다. 이런저런 필화로 인해 내면이 상한 것이라는 것이 당시의 이야기였다.

다시 ‘잡종’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잡종이란 표현은 주로 짐승들에게 쓰는 말이다. 사람에게 잡종이라는 말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이 아니다. 정 시장의 이력을 살펴보니 배움도 깊고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도 훌륭한 이력을 가진 존경받는 분이었다. 이런 분이 다문화가족 행사에서 어휘가 부족해 ‘잡종’이라는 표현을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자 처음에는 가정폭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관련된 근거 없는 소문이 크게 퍼졌고 이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비난과 혐오로 이어졌다.

2008년을 기점으로 한국사회에 결혼이주여성, 흔히 말하는 다문화가정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폭발적이란 표현이 맞을 정도다. 이들의 자녀는 조만간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앞으로 우리는 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이들이 성년이 되어 대한민국의 일원이 되어 생산적인 인구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부모의 이혼, 언어 미습득으로 인한 학습 부진, 남다른 외모로 인한 친구들의 놀림 등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괴롭힌다.

얼마 전 딸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글짓기를 잘해 1등상을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의 말은 이랬다. “미숙(가명)이가 쓴 글이 학교신문에 실릴텐데 다문화가정이라는게 글을 통해 알려질 수 있어요. 괜찮을까요?”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가 너무나 감사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딸이 다니는 학교는 소위 왕따도 별로 없고 학생들 사이에 상호존중을 기본으로 가르치는 좋은 학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딸이 불이익이나 놀림을 받지 않을까 싶어 걱정해준 것이다. 나는 “걱정하지 마시고 글을 실어 달라”고 했다.

정말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재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현실이다. 다문화가정 자녀인 것이 알려지면 혹시라도 선입견을 갖게 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말이다. 이런 섬세한 선생님도 계시다.

삼복염천이지만 시원한 샘물과 같은 한 마디의 말이 필요하다. 다문화 이주여성들은 그들 가정의 든든한 기둥들이다. 자녀들의 튼튼한 버팀목이고 남편의 디딤돌이다. 기둥이요, 버팀목이고 디딤돌인 이들의 마음에 상채기를 낸 이는 진심으로 자신의 말을 좌고우면해 보기를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리리 대전 이주여성시보 편집장
리리 대전 이주여성시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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